시민·직원엔 헌혈 권고해놓고… 적십자사 총재는 한 번도 안해

입력 2013-10-28 18:29 수정 2013-10-28 22:25

헌혈 문화 확산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대한적십자사의 수장 유중근 총재가 평생 한 차례도 헌혈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50회 이상 헌혈한 적십자사 직원은 수백명이었다. 적십자사에서 헌혈횟수와 직급은 반비례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이 28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유중근(69) 총재와 김종섭(66) 부총재는 생애를 통틀어 헌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김교숙(67) 부총재는 1988년 한 차례 했다.

일반 직원의 헌혈은 기록적이었다. 312명이 31∼50회, 230명이 51회 이상으로 30회 이상 헌혈자(542명)가 전체 직원(3342명)의 16%가 넘었다. 10∼20회도 577명이나 돼 전체 직원의 3분의 1 정도가 10회 이상 기부자(1119명)였다. 헌혈은 혈액 전체를 기부할 경우 최소 두 달의 휴식기간(성분 기증일 경우 2주)을 가져야 한다. 50회를 채우려면 8년간 격월로, 성분헌혈을 하더라도 2년간 격주로 꼬박꼬박 헌혈을 해야 50회를 채울 수 있다.

원인은 승진가점에 있었다. 적십자사는 직원 채용 때 30회 이상 헌혈자를 서류심사 우선합격대상으로 지정하고 헌혈유공자(30∼50회 이상 헌혈자)에게 승진가점 3점을 부여한다. 김 의원은 “헌혈은 장려돼야 하지만 채용과 인사에 헌혈기록을 반영하는 것은 강요이자 건강상 이유로 헌혈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임원급의 저조한 헌혈 실적과 관련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총재·부총재 3명은 취임 당시 65세가 넘어 ‘60∼64세 헌혈 기록이 있어야 65세 이후 헌혈이 가능하다’는 지침에 따라 헌혈을 하지 못했다”며 “취임 이전 상황은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