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관엔 이행 권고해놓고… 인권위, 내부 비정규직은 외면
입력 2013-10-28 18:29 수정 2013-10-28 22:24
다른 기관에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 개선을 권고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내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비정규직노동조합은 최근 사측과 벌인 단체교섭에서 고객이 폭언·욕설을 할 때 상담원이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조항을 단체협상안에 넣자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28일 밝혔다.
노조 측은 “악성 민원인 전화를 끊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상담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이 권리를 단협에 공식적으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 측은 “악성 고객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면 관행적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으므로 단협에 넣는 건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11년 11월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가이드’ 안내서를 펴내면서 “고객의 욕설·폭언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지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계 기관과 각 사업자에게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근무시간 전후로 스트레칭 체조 시간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내부 노조와의 협상에서는 업무 준비 시간은 시간 외 업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권위의 한 상담원은 “인권위가 외부 기관에는 권고하고 캠페인까지 벌이며 강조한 내용을 스스로는 거부하고 있다”면서 “감정노동 실태조사뿐 아니라 비정규직 임금조사,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실태조사 때도 인권위 비정규직은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인권위 비정규직 노조의 쟁의조정 신청에 따라 다음주 노사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거부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를 시작할 수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