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온 파독 광부가 보낸 감사 편지
입력 2013-10-28 18:23 수정 2013-10-28 22:29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저희 처지를 여러 면으로 도와주시어 내 나라의 발전상 이모저모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1965년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독일로 떠난 김성환(74)씨는 3년간 광부 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정착했다. 부동산 사업도 하고 은행업도 했다. 지금은 뉴욕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한다. 생활은 안정됐지만 가슴 한켠엔 항상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 8월 지인에게서 ‘파독 광부·간호사 모국 방문’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48년 만에 돌아가는 고국이라 가슴이 설레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 21일 귀국하자마자 황당한 일을 겪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 ‘정수코리아’가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해 김씨와 함께 귀국한 파독 광부·간호사 220여명은 머물 곳이 없었다. 이들은 강남경찰서에 찾아가 어려운 처지를 토로했다.
강남서는 파독 광부·간호사 220여명의 숙소를 마련하는 한편 정부와 협력해 원만한 행사 진행을 도왔다. 김기출 강남서장은 “1970년대 국가 발전을 이끈 귀한 분들을 대접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27일 강남서에 편지를 보냈다. “바쁜 경찰 분들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시작된 편지에는 “체계적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국가 시스템에 감사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외국에 사는 동포지만 조국 대한민국을 항상 자랑스러워하며 살겠다”는 말로 편지를 맺었다.
강남서는 정수코리아 김문희(66) 회장의 서울 은평구 자택과 영등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사기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회장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과 기념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올리고, 지난해 대선 전에는 박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이라고 적힌 명함을 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행사 참가자의 배우자들로부터 후원비 명목으로 1인당 1000달러씩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단체 총무 A씨(60·여)와 김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강남서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검토해 불법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 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