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 정책 원위치로… 자사고 선발권 폐지 안한다
입력 2013-10-28 18:22
교육부가 일반고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선발권 박탈 방침을 철회했다. 폐지 예정이었던 자율형공립고(자공고)는 5년 더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굴복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데다 오락가락 정책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사고는 ‘표정관리’, 일반고는 ‘허탈’=교육부가 28일 확정·발표한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의 핵심은 자사고 선발권 유지였다. 서울 지역 자사고의 경우 추첨으로 1.5배수를 선발하고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도록 했다. 비서울 지역은 내신 성적 상위 50%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서울 지역과 같이 추첨 후 면접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지난 8월 13일 나온 시안에서는 평준화 지역 자사고 39개교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키로 했었다.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들도 선발권을 활용해 우수 학생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는 여타 일반고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자사고 학부모 등은 일반고 관련 정책 공청회를 실력으로 무산시키고 장외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지역 일반고 교장은 “지난 8월 시안에서 이명박정부의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기로 했던 정부가 이번 발표로 다시 원위치했다”면서 “조용히 있었던 다수 일반고보다 적극 반발한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허탈해 했다.
반면 자사고연합회 회장인 김병민 중동고 교장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교육부가 고민했다고 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정기간(5년) 이후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던 자공고는 시·도교육감 평가를 거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역시 교육부가 지역구 국회의원 등의 압박에 밀려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자사고 선발권이 강화됐다”=자사고에 면접권을 부여해 현행보다 더 개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교육부는 자사고들이 건학이념에 맞춰 인재를 뽑을 것이고, 성적 위주 선발은 지양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면접을 통해 얼마든지 중학교 성적을 반영할 수 있고, 면접고사 부활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사교육 시장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학부모 경제력 등 가정환경이 면접 평가에서 고려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도구로 면접을 활용할 수 있다. 오히려 자사고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비판했다. 자사고의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이상인 만큼 성적이 우수한 부유층 자녀들의 학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입시업체 분석도 비슷했다. 하늘교육에 따르면 2013학년도의 경우 서울 소재 24개 자사고 가운데 6개교를 제외한 나머지는 경쟁률이 1.5대 1을 넘지 않았다. 따라서 1.5배수 추첨은 의미가 없으며, 자사고에 면접을 통해 선발권을 완전하게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도경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