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악화일로… 저신용자 가구 1년새 倍로
입력 2013-10-28 18:07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빚 부담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들도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고금리의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의 잦은 가계부채 종합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 대출의 질이 더 열악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방안, 저소득·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박근혜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2011년과 지난해 가계금융 조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곤란한 저신용등급(7∼10등급) 가구가 전체 부채보유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2%에서 27.5%로 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이들 가구가 전체 채무 가구에서 차지하는 금융부채 비중도 26.9%에서 34.3%로 7.4% 포인트 늘었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된다고 파악하지만 양적 개선일 뿐 제2금융권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저신용층은 점점 고금리 빚의 수렁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또 한신평이 ‘보유자산 중 주택 비중이 80% 이상’이며 ‘소득구간 4∼5분위’에 해당하는 가구들로 재분류한 하우스푸어 가구의 비중은 전체의 2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하우스푸어 가구의 금융부채 가운데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8.9%에서 지난해 42.7%로 폭증했다.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대출 비중이 39.6%에서 40.9%로 증가한 것도 적신호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투자 이득만으로 대출이자를 갚으려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한신평은 “주택 가격 변동에 취약한 만기 일시상환 대출은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채무 부담을 높인다”며 “가계가 경기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