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 약발’ 약해진 코스피… 外人 마음 흔들리나
입력 2013-10-28 18:04 수정 2013-10-28 22:36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면서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의 신고가 상승 기대를 당분간 접는 분위기다. 경기회복(Recovery), 자산재배분(Rebalancing), 주가 재평가(Rerating) 등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강하게 갖고 있던 ‘3R’ 기대감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해 7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을 투자자들이 깊이 고려해주길 바라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5거래일(22∼28일)간 977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전 5거래일(15∼21일)간 1조3128억원을 순매수했던 것에 비해 25.5% 줄어든 수치다. 순매수 행진을 이어오던 지난 7∼8월에 비해 매수 강도는 약해지고 있다. 외국인 매매동향은 지난 25일에는 장외거래 집계 전까지는 순매도를 기록, 연속 순매수 행진이 이제 끝났다는 불안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머뭇대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코스피지수도 2050선에서 지지부진하자 금융투자업계는 ‘3R 효과’의 약화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기회복 효과가 4분기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움츠러들게 했고,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늦춰지면서 국내 증시의 차별적 매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되기 시작한 3분기 국내 기업의 실적도 주가 재평가 기대를 약화시킨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7.8%)은 경기 연착륙 기대를 높였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4분기에는 높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연말까지 목표로 했던 7.5% 성장률 달성이 거의 확실해지면서 중국 경제의 기조가 ‘성장’보다는 ‘개혁’으로 접어들지 않겠냐는 시선이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중국 경기에 민감한 국내 철강, 화학 업종의 상승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지연되는 것도 국내 증시에는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니다. 한국 시장은 신흥국들 중 양적완화 축소에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금융시장으로 인정받았고, 실제로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시사된 뒤 글로벌 유동성은 꾸준히 유입됐다. 하지만 최근 차기 연준 의장에 ‘비둘기파’인 재닛 옐런이 지명됐고,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축소 돌입 시기가 지연되자 국내 시장의 차별화된 매력은 사그라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마지막 요소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다. 배 연구원은 “주요 26개 기업 중 11개 기업만이 컨센서스 대비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했다”며 “이 때문에 국내 투신권은 주가 상승을 적극적 차익 실현의 기회로 삼았고, 외국인의 매수세는 강하게 이어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감이 옅어졌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덩달아 실망할 시점일까. 배 연구원은 “지난 주 발표된 3분기 GDP 성장률에서 확인한 대로 가장 중요한 경기 방향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보더라도 글로벌 경기의 우상향 기조는 유효하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실적을 좀더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