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위기에 빠진 한류

입력 2013-10-28 17:55

지난 19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幕張) 국제전시장에서는 ‘한류10주년대상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드라마와 뮤직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 이번 행사는 일본 한류 팬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직접 수상자를 뽑았다. 유효 투표수가 총 12만6186표에 이르는 등 한류의 위세는 아직도 건재했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배용준, 윤은혜가 각각 남녀대상, 뮤직 부문에서는 동방신기와 카라가 그룹대상, 김현중과 아이유가 솔로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드라마 작품대상으로 선정된 겨울연가의 주인공 ‘욘사마’ 배용준은 개인대상에 이어 종합대상을 받아 최고의 한류스타임이 재확인됐다.

한류란 말은 원래 중국에서 나왔다. 1997년 중국 CCTV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인기를 두고 명명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한류는 2003년 일본 NHK가 겨울연가(冬のソナタ)를 방영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번 행사도 이를 기점으로 한 것이다.

지난 주말 KBS 라디오 국제방송의 한류 관련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했다. 좌담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것은 한류가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에 큰 기여를 했고,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대중가요(K팝)가 가세하면서 중년층 중심의 한류가 젊은층으로 확산됐다는 점 등이었다.

최근 들어 한류가 한풀 꺾인 듯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한류10주년대상’도 따지고 보면 식어가는 한류 붐을 다시 한 번 일으키자는 차원에서 한류 관련 일본 현지 업체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류 드라마 DVD 판매고는 2011년 하반기 1만1700장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엔 2700장으로 급락했다.

한·일 관계 악화가 한류에도 작용하는 듯 보인다. 다만 패널로 참석한 일본의 한국대중문화 저널리스트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享)씨는 오히려 콘텐츠의 획일성과 글로벌시장만을 노린 상업주의를 최근 한류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10년 이후 50개가 넘는 K팝 노래그룹이 일본에 진출했지만 콘텐츠는 거의 비슷했고, 한류 팬들은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나 노래를 원하는데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처음부터 외국시장만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작사·작곡한 국적불명의 노래를 한국가수가 부르며 춤을 춘다고 한류로 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한류 위기의 본질은 콘텐츠에 있다는 생각이다. 전통문화가 됐든 지금 현재 우리들의 얘기가 됐든 ‘한국’이라는 콘텐츠를 제대로 담아낼 때 한류는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