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있어 행복했노라 이영표 “그라운드여 안녕”

입력 2013-10-28 17:44 수정 2013-10-28 17:45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 특별한 축구 경기가 열렸다. 입장권엔 ‘초롱이’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이영표의 은퇴 경기였다.

이영표는 콜로라도 라피스와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최종전에서 90분을 뛴 뒤 동료와 구단의 깍듯한 예우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밴쿠버는 이날 경기를 이영표에게 헌정했다. 구단 홈페이지에 이영표의 특별 영상을 게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또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이영표에게 특별히 주장 완장까지 채워 줬다. 전반 43분 밴쿠버의 골잡이 카밀로 산베조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공을 집어 들고 곧장 이영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이영표에게 공을 바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영표는 카밀로를 안아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영표는 경기 후 “페널티킥이 나오면 내가 차기로 돼 있었는데 카밀로가 자기가 차겠다고 요구했다”며 “카밀로에게 페널티킥은 올 시즌 20골을 채우고 득점왕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활짝 웃었다.

마틴 레니 밴쿠버 감독은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 이영표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이영표가 박수갈채를 받으며 관중과 작별인사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였다.

이영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어릴 적부터 이런 은퇴 장면을 꿈꿔 왔다”며 “좋은 경력을 지니고 좋은 구단에서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은퇴하고 싶었다. 경기장을 떠나지만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 2000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후 에인트호번(네덜란드),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을 거쳐 2011년 12월 밴쿠버에 입단했다. 이영표는 수준 높은 경기력과 성실함으로 가는 구단마다 찬사를 받았다.

이영표는 장래 계획에 대해 “일단 밴쿠버에 2∼3년 동안 남아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