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에 나설 것”-“침묵하다 때 놓치면 부담”… ‘대통령의 마이 웨이’ 與의 이중시선
입력 2013-10-28 17:41
박근혜 대통령의 ‘마이 웨이’ 행보에 대해 새누리당은 소리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금은 침묵하며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꼭 필요한 말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침묵 행보가 너무 길어지면 여권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선 불복 이슈에서 의도적으로 한발 비켜나 국정에 전념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의견이 다수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28일 “국가정보원과 군의 정치 글은 전(前) 정부에서 벌어졌던 일인 데다 대선 승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변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민주당에 무슨 카드를 내놓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 챙기기에 나선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과 군의 정치 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기가 어정쩡한 시점이라는 것도 ‘내 갈길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새로운 팩트들이 나올 때마다 엄청난 사안인 것처럼 호도하지만 곁가지만 추가됐다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신뢰감도 여전히 높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금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상황이 됐다고 판단할 경우 반드시 필요한 말을 내놓아 정국을 뒤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2∼9일에는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예정돼 있고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수사도 다음달 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늦어도 국정원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발표해 상황을 정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 충격파는 새누리당을 휩쓸고 갈 것이 확실하다. 박 대통령이 정쟁과 거리를 두겠다는 이유로 민주당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