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직접 소통’ 명분 마이 웨이… 박 대통령 ‘여의도 정치와 담쌓기’ 양면성
입력 2013-10-28 17:42
박근혜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와 담쌓기’ 정치학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16일 여야 대표와의 국회 3자회동 이후 정치권과 일절 접촉도,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집권 이후 거의 매주 소집했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도 한 달째 열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통령 스스로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하던 자리를 아예 봉쇄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행보는 3자회동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민생정치를 당부했다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을 사과하라”는 요구만 들은 채 거절당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이 새 정부의 민생입법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불필요한 정치공세로 국정 발목만 잡는다는 상황인식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2011년 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당시 내놨던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명분을 박 대통령이 이번에 다시 꺼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9월 중순 이후 청와대가 대통령의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고, 박 대통령 본인도 특별히 외국 정상과의 회담 등 필수불가결한 행사가 없으면 아예 다른 일정을 만들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28일 정홍원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박 대통령 대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각 수반인 총리로 하여금 국정원 댓글 사건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토록 했다는 분석이다. ‘정치는 여야, 청와대는 국정’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국정 전념 행보에 대해 “세계적 경제 불황이 이어지고, 국내적으로도 각종 정책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대통령이 야당이 불러일으킨 정쟁에 휘말려들지 않고 국정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대선 불복까지 얘기하는 야당을 상대로 박 대통령이 당분간 직접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권, 특히 야당의 요구를 대통령이 외면만 하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위기에 봉착한 역대 대통령들은 항상 대국민 직접정치를 택했고, 이런 선택은 정치권과의 단절을 초래해 이후 국정운영에 여의도 정치세력으로부터 전혀 협조를 얻지 못했다”면서 “결국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것은 정치의 부재(不在)이자 권력의 함정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