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후 처리 속도내야하는데… 여의도 정쟁에 발목잡힌 ‘민생 법안’

입력 2013-10-28 17:42 수정 2013-10-28 22:55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국가정보원 정치 글 수사 외압 논란 등 정쟁이 민생을 집어삼키고 있다.

여야가 쟁점 사안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어 ‘정책 감사’, ‘민생 감사’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감 이후 민생 관련 입법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관련 126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유도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안’, 시간선택제 근로를 독려하는 ‘시간선택제 근로자 보호·고용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취득세율 인하, 월세 소득공제 확대, 매매임대사업자 세제감면 혜택 등 전·월세 대책 등도 포함돼 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외촉법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학력차별금지법 등 수많은 법안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민주당이 정쟁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당의 존립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민생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을 위한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여기서 경제성장세가 꺾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 및 책임자 엄벌을 선결 과제로 내세우고 있어 여당과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감 이후에는 황찬현 감사원장·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어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여야 공방이 장기화되면 내년 예산안 심사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가 11월 30일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회부되도록 국회법을 개정했지만 시행 시기가 올해 5월에서 내년 5월로 미뤄졌다.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강주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국감 내내 민생을 접어두고 정치적 이슈를 쟁점화한 만큼 당분간은 쉽게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양당 지도부가 국익, 공익의 관점에서 민생법안만을 따로 추려내 타결책을 찾고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