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의 ‘멸종’… 노타이 남자가 성공의 표상으로 자리잡아
입력 2013-10-28 17:35 수정 2013-10-28 17:08
지난 6월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단출한 셔츠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섰다. 다자회담에 참석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노타이 차림이었다. 캐머런 총리의 요청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타이 차림을 즐기는 정상 중 한 명이다. 그는 같은 달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넥타이를 푸는 데 성공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활짝 웃는 G2의 모습은 엄숙과 격식을 깨기에 충분한 반전이었다.
세계 지도자들의 잇따른 노타이 차림은 새로운 드레스코드를 정립하는 듯했다. ‘넥타이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미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명품백화점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남성의류 담당인 에릭 제닝스 부회장은 “넥타이가 더 이상 성장 비즈니스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고 답했다. 1995년 10억3000만 달러(약 1조9300억원)에 달했던 미국 전체 연간 넥타이 판매액은 2008년 6억7770만 달러(약 7192억원)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노타이의 득세 배경으로 기업 환경이 다양화된 점을 꼽았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시대에 진입하면서 가속화됐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IT 기업가가 성공의 표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넥타이는 무조건 매야 하는 것에서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는 개빈 폴론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넥타이는 허식일 뿐”이라며 “넥타이 맨 사람은 장례식이나 취업면접 보러 가는 것, 둘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라고 했다.
제닝스 부회장은 그러나 “넥타이가 완전히 생명력을 다한 것은 아니다”며 “근래 젊은층 사이에선 자기표현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울 소재나 밑단이 반듯한 디자인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이지, 결코 아버지 세대가 매던 실크 소재의 Y자 매듭 넥타이가 부활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