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일본-초라한 한국… 극과 극 ‘대미 외교’

입력 2013-10-28 17:31

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의 포괄적인 동북아 군사전략에 보조를 맞춰가면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대미(對美) 외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부쩍 강화된 미·일 간 안보협력이 중국을 자극시킨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동북아에서 한국의 입지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대미 외교력이 절실하지만 미·일동맹 강화에 비해 한·미동맹은 오히려 약화되는 모양새다.

우선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최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적극 지지한 미국에 대해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분명한 톤으로 미국과 일본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이 역할을 분담하는 문제에 우리가 관여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통해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이에 따라 자칫 한·미동맹이 군사 전략적 가치가 훨씬 큰 미·일동맹의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미국 동북아 안보의 두 축인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구조적 성격부터 다르다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동맹변환’을 통해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동맹의 운용 대상을 동북아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시작한 반면 한·미동맹의 운용 대상은 한반도 자체에 국한시킨 데 따른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사이에는 동맹 체결 60주년에 걸맞은 전략적 목표가 분명히 명시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정부 당시의 한·미동맹 미래 비전을 사실상 원용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인 발전 방향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미국과 일본 모두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28일 “한·미동맹을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시키지 말고 동북아 역내 차원에서 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포괄적 전략동맹에 맞는 구체적인 비전과 세부 목표 등을 세밀히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