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만날 사람] 6239m 트랑고 네임리스타워 등정한 여성 산악인 4인조

입력 2013-10-28 17:06


평균 연령 40세 이상의 여성으로 구성된 4인조 원정대가 지난 8월 12일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산맥에 위치한 트랑고 네임리스타워(6239m) 완등에 성공했다. 1차시도 실패 후 다시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4박5일만에 정상에 올랐다.

트랑고 네임리스타워는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산맥에 위치한 암봉 무리 중 하나. 등반해야 할 벽 높이만 1000m에 달하는 거벽이라 극한의 등반을 추구하는 산악인들만이 도전하는 곳이다. 여성 단일팀으로는 2006년에 등정한 슬로베니아팀이 유일할 정도.

“2008년에 한 번 실패를 했었어요. 다들 15∼20년 정도 등반을 해온 대원들이었기 때문에 거벽 등반에 대한 기술적인 것보다 고소 적응과 벽에 대한 중압감 등 정신적인 부담이 컸죠. 이번에는 한 번 경험이 있었던 터라 마인트 컨트롤이 한결 쉬웠습니다.”(김점숙)

“2차 시도에서 정상 바로 밑에서 비박(등반할 때 텐트를 치지 않고 만든 일시적인 야영)을 하는데 갑자기 날씨가 안 좋아졌어요. 하루만 날씨가 좋아지면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까지 했어요. 산악인들 사이에선 산이 허락해줬다는 말이 있어요. 그 말처럼 잠깐 날씨가 좋아져 정상에 올라갈 수 있었고 하강도 무사히 할 수 있었습니다.”(채미선)

“날씨 덕분에 성공했다” 대원들은 입을 모았지만 그 벽을 오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극한의 고통을 묵묵히 견뎠던 덕분이다.

“벽상에서 비박이 가장 고통스러웠어요. 엉덩이를 겨우 걸칠 수 있을 정도로 자리가 협소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동상을 막기 위해 손발을 계속 움직여야 하죠. 이렇게 불편한 밤을 보내고 해가 뜨면 또 벽을 올라가야 합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식량도 최소화하기 때문에 비박을 3일 정도 하면 몸 속 마지막 지방까지 주사기로 빼가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한미선)

“선등자는 등반을 하고 후등자는 짐을 메고 주마링(jumaring, 고정된 로프를 타고 암벽을 오르는 기술)을 해서 등반을 합니다. 이틀 정도 비박하고 주마링을 하다보면 로프를 끊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요.”(이진아)

누구의 딸이자 누구의 엄마이기도 한 그네들이지만 극한에 맞서 정상에 오르고자 하는 본능을 가진 산악인에게 왜 산에 오르느냐는 우문일 테다. 등반할 때는 왜 사서 고생하나 싶다가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부터 더 험난한 봉우리들을 떠올리게 된다지 않는가. 그러면 왜 여성들로만 원정팀을 꾸린 걸까.

“알파인 등반은 짐을 많이 지고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똑같이 할 순 있어도 남자들에 비해 속도가 늦어 주변인이 되기 쉽죠. 여자들끼리 가서 우리 속도에 맞추면 주체적인 등반을 할 수 있고 성공 확률도 더 높아요.”(한미선)

끝으로 원정대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스타마케팅으로 산악인 후원이 많이 줄었고 그나마 고산 등반에 치중돼 알파인 등반을 하는 소규모 원정대가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원정은 노스케이프에서 흔쾌히 후원을 해줘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산악계 발전을 위해 노스케이프처럼 다양한 등반을 후원하는 곳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웃었다.

김 난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