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취사·야영 대부분 불법… 백패킹, ‘금지된 하룻밤’

입력 2013-10-28 17:06


오토캠핑의 번잡스러움에서 탈피하고 싶은 캠퍼들이 늘면서 백패킹(backpacking)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패킹은 1박 이상의 야영 장비를 배낭에 갖추고 떠나는 도보여행을 말한다. 1991년 산이나 계곡에서의 취사 및 야영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줄어들던 백패킹이 캠핑 열풍과 함께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아울러 법의 테두리 망을 넘나들며 불법 백패킹을 하는 백패커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연공원법에 의해 국립·도립·군립 또는 시에서 지정한 공원 내에서 취사 및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의 산림지역에서는 산림보호법상 화기 사용은 안 되지만 야영은 가능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백패커들이 공원 지역 범위가 넓어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몰래 야영과 취사를 한다.

문제는 불법을 저지르고 이를 블로그나 캠핑 관련 포털 카페에 자랑을 하듯 포스팅을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캠핑 열풍이 캠퍼들의 멋진 사진이 담긴 캠핑 후기로 시작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불법 백패킹 포스트를 본 이들도 동경하고 따라하게 된다. 실제 불법 백패킹 포스트 댓글을 보면 대부분 ‘멋지다’, ‘부럽다’, ‘나도 해보고 싶다’와 같은 내용이다. 불법이라는 인식 자체를 못 하는 데다 설혹 안다고 해도 ‘남들이 다 하는데 나도 하면 어때’라는 반응이다. 실제 백패킹 야영지로 유명한 곳들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고 울창한 숲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듯 아직 자연 보호 인식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백패킹의 증가는 환경오염과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캠퍼 최형기씨는 “화기 없이 백패킹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을 이해는 하지만 그런 불법 행위를 공개적으로 포스팅해서 자랑해서는 안 된다”며 “독자로 하여금 불법의식을 희석시켜 잠재적 범법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백패커들도 현실적 제약 때문에 합법적으로 백패킹을 즐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백패킹의 불법성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했던 캠퍼 이을재씨는 “백패킹 자체가 불법이 아닌데 백패커들을 범법자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연을 벗 삼아 걷고 야영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백패커들의 말처럼 규제가 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너무 광범위한 측면이 있다.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산림지역에서 화기를 사용하는 야영은 물론, 허가를 받지 않은 대다수의 사설 오토캠핑장에서의 스토브 사용도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백패커들과 관계자들은 “미국의 국립공원처럼 백패킹 허가증을 발급한다거나 취사를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하도록 기존 법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바꿔 취사와 야영이 허락되는 곳이 증가한다면 백패킹이 국민적인 아웃도어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했지만 숙소나 교통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인기가 시들해진 장거리 트레일에 백패커들을 위한 소규모 야영장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난 쿠키뉴스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