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왜 오이쿠메네(oikoumene)인가?

입력 2013-10-28 19:07


오이쿠메네(oikoumene)는 사람이 사는 모든 땅, 세계, 우주란 뜻의 헬라어다. 신약성경에는 오이쿠메네라는 단어가 15번 나온다. 누가복음 2장1절의 “그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란 말 속의 ‘천하’가 오이쿠메네다.

30일부터 부산에서 10차 총회를 여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주창하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와 연합)이란 단어가 오이쿠메네로부터 나왔다. 전 세계 140개국의 349개 개신교 교단과 정교회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신자 수가 5억8000만 명에 달하는 WCC의 정신은 오이쿠메네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다. 모든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연합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 오이쿠메네 정신, WCC의 정신이다.

그러나 이번 WCC 부산 총회와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연합과 일치라는 오이쿠메네 정신과는 거리가 먼 분열과 다툼이 유치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WCC에 속하지 않은 교단을 중심으로 총회 보이콧 운동이 펼쳐졌다. 거친 언사와 극렬한 저항이 이어졌다. 전 세계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인 이번 부산 총회에서 자칫 볼썽사나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연합, 즉 ‘하나 됨’은 지금 한국교회의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다. 하나 됨의 가치는 보수와 진보, WCC 부산총회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가 추구해야 할 포기할 수 없는 명제다. 요즘 들어 어느 때보다도 연합이란 말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교회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이유를 넘어 보다 깊은 영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나 됨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다. 하나 됨의 위대한 구절인 요한복음 17장21절을 보자.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왜 오이쿠메네인가? 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주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WCC의 필립 포터 전 총무는 오이쿠메네의 근원적 의미를 ‘주님께 속한 전 세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 모두는 하나 된 주님의 몸 된 교회이다. 결코 나뉠 수 없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하나 됨은 결코 인간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는 명제다. 죄인의 속성을 지닌 제한된 인간은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하나 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우리 안에 주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지성이었던 고 댈러스 윌러드 박사의 말대로 ‘나와 너’가 가까워지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꼭짓점인 하나님께로 서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하나님께로 올라가고, 우리 안에 그리스도가 가득 채워질 때에야만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너희를 향한 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하나 됨이라”고 말하셨다. 사탄은 아마 이렇게 외칠 것이다. “저들을 향한 나의 뜻은 이것이니, 바로 저들의 분열이니라.” 이번 WCC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에 진정한 오이쿠메네의 정신, 하나 됨의 정신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모든 이해를 뛰어넘어 연합할 때, 오이쿠메네의 정신을 이뤄나갈 때 예수님은 기뻐하고, 사탄은 절망할 것이다. 우리의 하나 됨을 보고 세상은 비로소 하나님이 예수님을 보낸 사실을 믿게 될 것이다. WCC 총회 기간 내내 아름다운 연합의 하모니가 넘쳐나길 기대하며 적대하는 각 진영 간의 화합을 촉구한다.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