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말레이시아 최대 교회 대니얼 호 목사] “복음 전하는 일은 기독인 소중한 임무”
입력 2013-10-28 19:07
“친한 친구가 암으로 투병 중에 있다고 칩시다. 만약 내가 암 치료 비법을 알고 있는데 알려주지 않는다면 좋은 친구일까요? 복음을 전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소중한 임무입니다.”
말레이시아 최대 교회인 다만사라우따마감리교회(DUMC) 대니얼 호(63)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환경에서도 복음을 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시아 이슬람 맹주국인 말레이시아에서 20년째 성장을 거듭하면서 복음 전도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호 목사는 친구가 많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친구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어디를 가든지, 상대가 누구든지 가리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건물 청소부에게도 복음을 소개한다. 대형교회 담임목사지만 생활 속에서 전도하는 목회자로 유명하다.
중국계인 호 목사는 불교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스스로 예수를 영접했다. 영국 유학을 떠나 전자공학(석사)을 공부하면서 신학을 공부했다. 32년 전 22명의 성도로 시작해 지금은 매주 4000명이 영어와 중국어, 말레이어 등 6개 언어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일궜다. 최근 인천시 송도 한국뉴욕주립대에서 열린 국제선교대회에 방문한 그를 만나 이슬람 환경 속에서도 교회가 성장하는 이유를 들었다.
-DUMC가 부흥하고 성장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말레이시아의 감리교회는 철저하게 규칙과 규정을 따르는 시스템이다. 목회 전 과정이 규칙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그러다보니 역동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DUMC는 이 같은 감리교회 규정을 지키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을 다양한 사역 현장에 배치했다. 목회자와 평신도를 가리지 않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회 일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교회에 생기가 넘쳤다. 말레이시아는 70%가 도시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사역에 집중했다. ‘드림센터’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개척했고 이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드림센터’에 대해 설명해 달라.
“드림센터는 각 사람이 지니고 있는 꿈, 그리고 깨어진 꿈까지도 회복되는 곳을 의미한다. 이웃을 위한 일종의 문화센터다. 예배장소뿐 아니라 농구장과 배드민턴 코트, 배구장도 갖추고 있다.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해 누구나 올 수 있도록 했고 푸드코트도 마련했다. 주차장도 무료다. 여기엔 무슬림도 찾아온다. 그들을 위해 돼지고기를 팔지 않는다. 중국인들에게 돼지고기가 없는 식당은 상상하기 어렵다. 드림센터는 지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형교회의 목회자인데도 직접 전도한다고 들었다.
“전도와 선교 없는 교회는 절대 부흥할 수 없다. 매주 설교 때마다 내가 했던 전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왕년에’ 했던 전도 얘기가 아니다. 한 주간 다니면서 전도했던 일화다.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말레이시아 무슬림들은 귀신 이야기를 재미있어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항 택시 운전사는 대부분 무슬림이다. 나는 그들에게 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미롭게 듣는다. 귀신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집에 도착할 즈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알아야 할 귀신이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센 귀신이다. 그 귀신은 하나다. 어떤 귀신도 복종하고 굴복한다.’ 그들은 누구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Holy Ghost(성령)’라고 말이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인구가 62%를 넘는다. 또 신앙심이 강한 불교도와 힌두교인도 많다. 이 때문에 복음전도의 대가인 반대와 핍박도 각오해야 한다. 한번은 자신의 딸이 예수 믿는 것 때문에 한 아버지가 칼을 들고 교회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는 어느 사찰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2년 전에는 무슬림 30명이 드림센터에서 열린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가 말레이시아 종교경찰이 교회에 들어와 그들을 체포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 일로 교회는 더 알려지게 됐고 두려움을 넘어 온 교인들이 무슬림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이슬람 확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인구의 다수가 무슬림인 환경 속에서 크리스천이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언론에서 말하는 무슬림과 관련된 정보를 너무 의지해선 안 된다. 특히 서구 언론은 무슬림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슬림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몰아간다거나 나쁜 사람들로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슬람 세계에는 좋은 무슬림들이 많이 산다. 내가 그 증인이다. 나의 이웃은 모두 착하고 온건한 무슬림들이다. 두 번째는 이슬람 세계와 무슬림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과 자료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셋째는 그들을 만나야 한다. 타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만나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만나야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만나서 기독교 신앙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지 않고 어떻게 복음을 전하겠는가.”
-한국교회와 말레이시아 교회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
“지금 말레이시아는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교회 개척과 부흥을 위해서는 중심 도시에 거점 교회를 세우고 도시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이 우선돼야 한다. 동말레이시아에는 두 개의 주가 있다. 사바와 사라왁이란 주인데 이곳 역시 도시화가 확산 중이다. 여기서 한국교회와 함께할 일이 무척 많다. 또 하나는 말레이시아 중고교 과정에는 음악 과목이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음악에 목말라 하고 K팝에 열광한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교회의 음악 자원은 세계적이다. 음악 분야에 한국교회가 말레이시아 교회들을 돕는다면 유익할 것이다.”
인천=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