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휜다리와 퇴행성관절염
입력 2013-10-28 17:37
전업주부 김모(56·경기도 안양시)씨. 몇 년 전부터 무릎이 시큰대고 아파서 괴롭다고 호소했다. 무릎 통증 때문에 먼 거리를 가려면 덜컥 겁부터 났고 언제부턴가 양 무릎도 O자형으로 벌어져 보기 흉하다고 털어놨다.
검사를 해보니 퇴행성관절염으로 내측 관절 연골이 외측보다 많이 닳은 상태였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손상, 또는 오랜 사용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뼈와 인대 등에 이상이 생기면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O자형 또는 X자형으로 무릎이 안팎으로 휜 다리일수록 더 잘 생긴다.
우리나라의 무릎 관절염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어 무릎이 O자형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양반다리로 앉기, 쪼그려 앉기처럼 무릎을 바깥쪽으로 벌리고 앉는 자세를 자주 취하는 한국인의 생활문화습관과 관련이 있다. 양 무릎이 벌어지게 되면 다리에 가해지는 체중을 분산시킬 수가 없어 관절염이 더 심해지게 된다.
이렇듯 O자형 다리에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생기게 되면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리가 휜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라고 다 인공관절 치환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관절염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릎 관절의 중심을 잘 잡아 주는 것이다. 그래야 후유증이 적고, 재발 위험도 줄어든다. 만약 손상된 무릎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꿔준다고 해도 O자형으로 다리가 휘어 흐트러진 중심축을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수술 후 다시 무릎 안쪽으로 체중이 쏠리게 되고, 관절염도 재발하기 쉽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들 중에는 굳이 무릎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지 않고, 몸의 하중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옮겨주는 ‘무릎관절염 미니교정술’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미니교정술이란 한마디로 무릎 관절이 휜 방향의 무릎 아래 쪽 뼈의 일부를 잘라내 정상 각도를 복원해주는 치료법을 말한다. 수술은 뼈 일부를 들어내 벌어지게 된 틈이 다시 들러붙지 않게 특수 소재의 기구로 고정시켜주거나 자신의 다른 부위 뼈 혹은 생체 적합성이 뛰어난 충전재로 메워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절개 범위가 좁고 자기 관절을 보존하는 방식이어서 수술 후 3∼4일 정도 지나면 퇴원이 가능할 만큼 회복 속도도 빠른 것이 장점이다. 수술 후 정상적으로 무릎을 구부리거나 쪼그리는 게 가능하며, 일반적인 운동을 하는 데도 별다른 지장이 없다. 관절경 수술을 병행할 경우 손상된 연골을 재생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중증도의 관절염을 갖고 있으나 나이 때문에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미루고 있는 40∼50대 환자들에게 권장된다.
조재현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