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시범 실시 인천 영종中 가보니… 아이 스스로의 꿈 위해 활기찬 교실
입력 2013-10-28 05:45
“솔직히 인근 인천과학고 등에 진학할 때 도움(지역 우대)이 될까 싶어 전학 왔는데…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제 생각도 좀 달라지네요.”
지난 23일 오후 인천 운남동 영종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오후 선택프로그램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자유학기제 시범운영 학교를 찾아가면서 궁금했던 건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의 반응이다. 아이들이야 시험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니 마다할 리 없는 일이지만 학부모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외동딸(중1)을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 이은애(42·여)씨는 “자유학기제 한다고 했을 때 사실 걱정이 100%였다.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뒤처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씨는 “아이가 어떤 일에 ‘꼭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며 적극적으로 변하고 ‘학교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면서 “엄마가 원하는 꿈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꿈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유정(38·여)씨도 “아이가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나는 너무 잘해’라며 자신감을 표현하는 등 생활태도가 바뀌는 게 눈에 보인다”며 “시험 부담이 없어서인지 교우관계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얘기처럼 교실은 활기찼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은 없었다. 교사가 질문을 하자 학생 대다수가 손을 들어 답하겠다고 나섰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 같은 분위기다.
국제화 수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교실에서는 미국과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어권 출신 원어민 강사와의 화상채팅이 벌어졌다. 원어민 강사의 얘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저마다 손을 들어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내 고장 영종도와 인천 탐험 Go Go∼’ 프로그램이 진행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주변을 돌며 위치추적기(GPS)를 이용해 찾아낸 힌트로 정답을 조합하고 있었다. 인기 TV프로그램 ‘런닝맨’의 게임과 비슷한 수업에 학생들은 흠뻑 빠져 있는 듯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 시절 한 학기를 시험 부담 없이 꿈과 끼를 찾는 진로탐색 기회로 삼는 제도다.
국·영·수 등 기본 교과는 줄어드는 대신 토론과 실험·실습, 현장체험 등 자율과정이 강화된다. 교육부는 연구학교와 희망학교 운영 등을 거쳐 2016년 3월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모범으로 꼽힌 영종중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눈에 보였다.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고, 일부 교사는 체험학습 등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를 거론했다.
일반 수업과 자유학기제 수업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교사의 부담, 학생들에 대한 평가 및 학생들의 학업능력 유지 여부 등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인천=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