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앞두고 재조명되는 故 강원용 목사
입력 2013-10-27 18:42
교회의 사회적 역할 실천… 평화운동에 앞장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령의 공동체인 동시에 죄인들의 공동체입니다. 이런 불완전한 우리가 성서를 이해하고 교회를 이해하는 데 서로 다른 입장인 것은 오히려 당연합니다. …주님의 용서를 청하면서 서로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계속해야 합니다.”
1968년 1월 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주일미사. 개신교 목사로는 처음 명동성당 강단에 선 여해(如海) 강원용(1917∼2006) 목사는 “교회의 일치는 기구 통일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그것은 다양성 속의 일치이어야 한다”고 설교했다.
한국의 대표적 에큐메니컬운동가로 평가되는 강 목사의 사상과 활동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재조명되고 있다.
강 목사는 유학 중이던 1954년 미국에서 열린 WCC 2차 에번스턴 총회에 참가해 WCC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1961년 WCC 3차 뉴델리 총회에선 ‘교회와사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1968년 중앙위원과 실행위원에 위촉된 뒤 1983년까지 WCC의 일원으로 세계 에큐메니컬운동에 참여했다.
강 목사는 WCC 총회 활동을 통해 인종, 성별, 문화적 차별 없이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성 목사 안수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제3세계 국가의 빈곤층을 위한 지원기금 조성을 촉구했다.
그는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와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를 이끌며 평화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서울 경동교회에서의 목회뿐 아니라 한국크리스천아카데미(현 대화문화아카데미) 활동을 통해 에큐메니컬 정신과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우리 사회에서 실천하려고 했다.
큰 울림을 남긴 그의 삶은 WCC 부산총회를 찾은 세계 교회 지도자들에게도 소개될 예정이다. 여해에큐메니컬포럼은 강 목사의 생전 활동 등을 담은 150여쪽 분량의 영문 책자(‘The Voice of One Crying Out in the Wilderness’)를 제작, 부산총회 현장에서 배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9월 출판된 ‘Voices: 빈들에서 외치는 소리’(대한기독교서회) 일부를 영문 번역한 것이다.
WCC총회준비대회장 박종화(서울 경동교회) 목사는 “강 목사님은 그 다양한 관심과 지혜를 한국 땅에 국한하지 않고 ‘사람 사는 전 세계’로 확장하며 사셨다”고 말했다. 콘라드 라이저 전 WCC 총무는 추천사에서 “평화, 정의, 생명 등의 실천 분야에서 신학적, 윤리적 대안을 모색하며 특유의 지도력을 발휘한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