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불티 ‘프리미엄 패딩’ 폭리·고가 논란에도 없어서 못판다?
입력 2013-10-27 18:33
지난해 1월 21일 청와대는 몇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 청와대 인근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손녀들에게 과자와 떡을 사주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런데 사진 속에서 유독 눈길을 끈 부분은 손녀들이 입고 있는 하얀색 패딩과 검은색 털 패딩이었다. 네티즌들은 즉각 “가격이 200만∼300만원 정도인 이탈리아산 몽클레르 제품”이라고 지적하며 고가 패딩 논란이 일었다.
그 이후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고가 패딩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꽤 누그러진 상태다. 실제 평범한 회사원 장모(35·여)씨는 불볕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고가의 프리미엄 패딩을 구입했다. 장씨는 27일 “이제 겨울엔 모피 대신 프리미엄 패딩”이라며 “100만원 넘는 가격이 좀 부담됐지만 조기 품절될 것 같아 일찌감치 거금을 들여 캐나다산 구스 패딩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장씨처럼 수백만원짜리 모피나 코트 대신 100만원이 넘는 해외 프리미엄 패딩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유통업체들의 패딩 판매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름인 8월부터 판매를 문의해 온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면서 “익스페디션, 트릴리움, 칠리왁 등 캐나다산 인기 브랜드의 경우 기본 사이즈는 이미 품절됐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본점에서 ‘몽클레르’와 캐나다 국민 패딩으로 불리는 ‘캐나다구스’를 보름 만에 무려 4억원어치 팔았다.
유통업계에선 프리미엄 패딩의 인기 요인으로 기능성과 함께 패션감각, 소장가치 등을 꼽았다. 특히 자신을 위한 소비에 과감히 지갑을 여는 젊은이들의 소비 성향이 고가 패딩 열풍을 몰고 온 측면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프리미엄 패딩은 대통령 가족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됐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사람들까지 프리미엄 제품 구매에 나서면서 인기 제품은 입고일에 맞춰 구매 예약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제품들의 국내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가격대가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의 중간 수준인 캐나다산 무스너클은 지난 8월 한국시장에 들어왔고, 역시 캐나다 브랜드인 노비스도 지난달 말 서울에 매장을 열었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는 지난해보다 배 정도 물량을 늘린 2만장 안팎을 판매 목표로 잡았고 유통 채널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고가 패딩의 인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유통업체들이 지나치게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제품은 산지에 비해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몽클레르의 경우 인터넷 사이트와 국내 백화점 판매 가격이 60만∼100만원 정도 차이가 있었다.
판매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선 물류비와 세금 때문에 현지보다 20∼30% 비싼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일부 업체들이 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