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 집단자위권 한반도선 제한] 집단자위권 현실적 인정… 영토·주권만은 수호 의지
입력 2013-10-27 18:19
우리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 문제와 직접 관련될 경우 우리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한 것은 역설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나타낸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동향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해 왔다.
정부의 이런 인식 배경에는 우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깔려 있다. 유엔헌장 51조는 무력공격 발생 시 한 국가의 개별적·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평화헌법에 따라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고수해 왔다.
미국과 일본이 내년 중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시 반영키로 한 집단적 자위권은 이제 보통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고심의 결과물은 한반도 영토, 주권 부분은 침해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밖에도 집단적 자위권이 동북아에서의 강력한 안보협력체제인 미·일 군사동맹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27일 “집단적 자위권 문제는 미·일동맹의 틀에서 봐야 할 문제”라며 “우리가 일본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천명한 미국으로선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의 방위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일본 역시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인 만큼 우리 정부가 근본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이 문제는 포괄적으로 보면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3각 안보협력과도 긴밀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주일미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영국 호주 등 전통적 우방들 역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는 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에 대해 미국의 전폭적 협력이 필요한 점도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는 배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을 방문한 정부 고위 당국자도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우리 정부가 찬성, 반대한다는 차원은 아니다”며 “일본은 과거 침략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아주 투명한 일본의 방위정책이 나와야 주변국의 우려를 떨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대응은 앞으로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 협상 과정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말까지 이어질 실무협상에서 미국 측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일본 내 가이드라인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일 군사협력,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대응 역시 우리 정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