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 집단자위권 한반도선 제한] 美·日동맹만 챙기다가 韓·美관계 악화될까 고민
입력 2013-10-27 18:18
미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부정적인 입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 비상사태 등 한반도 상황 급변 시 일본이 미·일동맹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을 명분으로 한반도에 군사력을 파견하는 데 대해 한국인들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 문제와 독도 등 영토 문제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중국의 부상을 의식한 미·일동맹만 챙기다 한·미 관계가 삐걱거릴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인 셈이다.
이와 관련,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5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논의의 핵심 틀을 만드는 것이 미국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전향적인 중재 움직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상당수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들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때의 잠재적 ‘역풍’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전문가 중 대표적인 일본 집단자위권 찬성론자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연구실장도 일본 정부에 집단자위권을 갖더라도 한국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조언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가 일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시 우리 정부 입장을 반영할지,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느 강도로 일본 측을 설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향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긴 하지만 미국 측의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미국 측도 워싱턴을 방문한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이해한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실린 발언인지는 불투명하지만 미국 측이 한·미동맹 관계를 의식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국은 이명박정부 말기에 있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둘러싼 파란을 통해 양국 국민 간 불신과 불화가 한·미·일 방위협력 계획에 얼마나 큰 지장을 주는지를 경험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가 워싱턴을 방문하면서까지 분명히 입장을 밝힌 만큼 방위지침 개정 협의 과정에서 한국 측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