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 지명] 司正라인 ‘PK·서울대 법대’ 일색
입력 2013-10-28 05:48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새 검찰총장 후보에 김진태(61·사진) 전 대검찰청 차장을 지명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검찰 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새 총장 후보에 김 전 대검 차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새 검찰총장 후보에 김 전 차장이 지명되면서 청와대와 검찰 등 핵심 사정(司正) 라인을 부산·경남(PK)과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장악했다는 우려가 높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사정 라인은 상호 견제가 매우 중요한데 특정 지역, 특정 대학 출신이 독식할 경우 다양한 판단이 배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사정 라인의 PK, 서울대 법대 독점 현상이 정치권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현상은 현 정부 PK, 서울대 법대 출신의 좌장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장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실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정·공직기강·인사검증 등 업무를 담당하는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도 경남 마산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에서 공부했다.
지난 25일 지명된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자는 경남 마산 출신에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김 검찰총장 내정자는 경남 사천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감사원장 내정자, 검찰총장 내정자가 모두 PK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임 민정수석·감사원장·검찰총장은 모두 PK 출신이 아니었다.
출신 대학은 다르지만 정홍원 국무총리(경남 하동·성균관대)와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부산·육사)도 PK 인사다. 정보·사정기관 최고 책임자 중 PK 출신이 아닌 인물은 남재준 국정원장(서울), 이성한 경찰청장(서울) 정도다.
민주당은 당장 공세에 나섰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김 비서실장을 비롯해 경남 거제·마산·사천 출신 인사들이 국가권력의 주요 포스트에 기용·지명됐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이너서클을 만들어왔다”면서 “특정 지역, 특정 대학으로 뭉친 인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향후 국정운영을 잘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김 검찰총장 지명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당·청 간 갈등으로 비화될지도 관심사다. 수도권과 충청·호남은 물론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상대적 박탈감도 여권으로선 고민거리다.
한 의원은 “김 검찰총장 내정자가 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PK 출신들이 민감한 사정 정보를 독점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문제”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모두가 노력했는데, 열매는 PK 세력이 다 챙긴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사정은 공정성이 생명”이라고 전제한 뒤 “지역 편중 인사로 사정 라인이 특정 지역과 특정 학교 출신 인사들의 천하라면 누가 사정이 공정하다고 믿겠느냐”고 질타했다.
PK 지역에서도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왔다. 경남 밀양·창녕이 지역구이며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 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최근의 청와대 인사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거나 무게를 실어서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 인식이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정치적 부담을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윤해 김아진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