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자 출신 조명철 의원 개성공단 방문 불허

입력 2013-10-27 18:09


북한이 오는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개성공단 방문과 관련,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출신 새누리당 조명철(사진) 의원의 방북을 불허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외통위는 일단 조 의원을 제외하고 방문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현장 국정감사에 대해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말라’는 식의 북한 간섭에 따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후 기업투자 설명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입국을 거부한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26일 “북측은 오늘 개성공단 공동위 사무처를 통해 국회 외통위원들의 개성공단 현장 방문과 관련해 방북 인원과 일정에 동의해 왔다”며 “단 조명철 의원은 들어올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5일 조 의원을 포함한 외통위원 24명 등 총 50명의 명단과 방북 일정을 통보했다. 조 의원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이 학교 경제학부 교원으로 재직하다 1994년 남쪽으로 넘어왔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통일부 통일교육원장을 거쳐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조 의원은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북한인권법 등을 발의해 북한의 반발을 샀다. 북한은 지난해 탈북자 납치 행위에 대한 처단을 공언하면서 처단 대상자 중 한 명으로 조 의원을 거명하기도 했다.

현재 해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고 있는 조 의원은 “아쉬움은 없다. 오지 말라고 하는데 굳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외통위 위원 24명 가운데 본 의원에게만 불허통보를 함으로써 이중적 기준과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여전히 먹통과 불변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국회 외통위는 조 의원 방북 무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개성공단 방문 일정은 진행하기로 했다.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27일 “조 의원이 제외된 것은 아쉽지만, 북한이 대화의 물꼬를 틀 긍정적 신호를 준 것인 만큼 예정대로 개성공단 시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조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자 개성공단 국감을 실시해야 할 외통위 소속 의원”이라며 “북한은 조 의원의 개성공단 시찰을 거부한 결정을 철회하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중 유동근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