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人事 이번에도 논란 불러온 까닭은

입력 2013-10-27 17:54

특정 지역과 학맥에 과도한 편중 현상 경계했어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좋은 인재를 잘 뽑아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 직후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역과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겠다”며 ‘대탕평·대통합’ 방침을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을 내정한 박 대통령의 인사는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자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홍경식 민정수석과 동향이다. 거제 출신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경남(PK) 인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부산 출신이다.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인사를 기용할 경우엔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요직에서 소외된 쪽의 불만으로 통합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반감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이번의 경우 사정기관의 중추인 검찰총장도 경남 진주 출신의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내세웠다. 이런 인사를 합리적이라고 어느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논란거리다. 연금문제 전문가라고 하지만 복지부가 하는 일이 연금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이란 기본적으로 참모적인 성격이 강한 직종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도 굳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장관에 앉혀야 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KDI원장 출신이며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 출신이다. 문 연구위원 발탁을 두고 또 연구원 출신이냐는 뒷담화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원 출신 장관이 전문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조직 장악력 등에서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도 박 대통령이 이들을 지나치게 중용하는 배경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독립성을 가지는 준사법기관처럼 운용돼야 할 검찰총장 내정자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법무장관 시절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내정자가 소신 있게 일을 처리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는데도 다른 사람도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의 최측근을 검찰총수에 앉히려는 것은 보기에 따라 검찰을 쥐락펴락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소·영’이라는 딱지가 붙었던 이명박 정부의 부실 인사행태를 이 정부도 따라 하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지나친 특정 인맥 중용과 연구원 출신 전성시대를 만든 이 정부의 인사는 조만간 크나큰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문회의 문턱조차 쉽게 넘어설지도 의문이다. 폭넓은 인재 등용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