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지명 신속낙점 배경] 한상대 낙마때 구원투수役… 시급한 ‘檢추스르기’ 전격 투입

입력 2013-10-27 17:48 수정 2013-10-28 01:33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예상보다 빨리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에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검찰 조직의 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청와대에서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4일 김 내정자를 비롯, 4명의 후보를 추천한 이후 이번 주 중에나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정자를 굳이 빨리 지명해 인사청문회 부담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 발표 후 사흘 만에 김 내정자를 전격 지명했다. 그만큼 김 내정자가 국가정보원 ‘정치 글’ 사건 수사를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난파선’이 된 검찰 조직을 정상화할 적임자라는 신뢰를 박 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부터 끊임없는 시련을 겪어 왔다. 지난해 말 불거진 뇌물수수 파문과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내분 등이 그것이다.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하는가 하면, 검찰 수뇌부의 국정원 정치 글 사건 수사축소 의혹까지 번지며 그야말로 미증유의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또 수장도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간의 정면충돌로 “더 이상 검찰은 설 자리를 잃은 막장까지 갔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김 내정자가 낙점된 이유는 지난해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로 ‘1차 항명사태’를 불러일으켰을 당시 한상대 전 총장 사임 이후 총장 권한대행으로서 보여준 ‘구원투수’ 역할이 가장 크게 작용한 듯하다. 대표적 특수통으로, 이번 ‘2차 항명사태’의 골간이 된 검찰 내 공안검사 대 특수검사 간의 알력을 수월하게 조정할 경륜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4명의 추천위 후보 가운데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조직 장악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점 역시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인사 발표 뒤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내정자는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에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며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국민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한 분”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끼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하반기 국정기조인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가 서둘러 검찰 조직을 안정시킨 뒤 공직사회의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각종 비리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전방위’ 사정(司正)에 나서도록 독려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 내정자가 검찰 수장 자리를 채움으로써 검찰총장·경찰청장·국정원장·국세청장·감사원장 등 5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박 대통령이 새롭게 인선한 사람들로 채워진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정 전반에 걸친 ‘박근혜표’ 개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