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작가’ 심수구가 강조하는 반복과 차이

입력 2013-10-27 17:08


홍익대를 나와 40년 가까이 울산에서 작업하는 심수구(64) 작가. 싸리나무 가지를 한데 모으고 깎아 패널 위에 하나하나 손으로 붙이는 작업을 하기에 ‘싸리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추상화를 그리다 15년 전 작업실 뒷산의 싸리나무 가지를 우연히 잘라 붙여본 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싸리 작업을 시작했다. 화면에 붙인 싸리 작업은 시골집 마루 아래 쌓아둔 장작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싸리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 요즘에는 배나무 가지를 주로 활용한다. 싸리라는 재료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예술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품은 수백·수천 개의 나뭇가지를 반복적으로 촘촘하게 세워 붙이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를 통해 그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주제는 ‘반복과 차이’다. 무의미한 행위의 반복과 가치 있는 것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이다.

최근 몇 년간의 작업을 모아 31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버려진 판자로 만든 대형 상자에 나뭇가지를 빼곡히 채운 설치작품 40여점을 펼쳐 보인다. 나뭇가지에 페인트를 뒤집어씌운 작품과 색을 칠해 도자기 형태를 드러낸 작품(사진)도 선보인다. 삶에 대한 잔잔한 울림을 ‘풍경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작품에 담았다(02-580-130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