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찬희] 비트코인

입력 2013-10-27 18:56

지난 18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비트코인(BTC)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등장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의 질의에 한은 박원식 부총재는 “비트코인이 기존 대안화폐와 달리 통용성 제약과 불안정환 화폐가치 때문에 화폐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태국 정부는 7월 29일 불법거래에 쓰일 소지가 있다며 비트코인의 매매·전송, 비트코인을 사용한 물품 매매를 금지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비트코인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 재무부는 비트코인에도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일까.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시작한다. 2008년 나카모토는 ‘비트코인: P2P(peer to peer) 전자현금시스템’이라는 짧은 논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비트코인을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대 개인(P2P) 방식으로 거래되는 전자화폐’로 규정했다. 이듬해 비트코인 프로그램이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되고, 최초의 비트코인이 발행됐다.

비트코인은 중앙 통제·발행기관이 없다. 작동 시스템은 여러 개인 컴퓨터에 분산돼 있다. 비트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렇게 얻은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물건이나 현실의 화폐와 바꾼다. 비트코인의 총 공급량은 2100만 비트코인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 처음 4년은 10분마다 50비트코인이 공급된다. 이후 4년은 공급량이 절반씩 줄어들게 설계돼 있다. 2145년이면 총 공급량을 채우고, 발행을 멈춘다.

비트코인은 소수점 8자리까지 가치를 나눌 수 있게 설계됐다. 잘게 쪼개 더 작은 단위로 쓰면 발행이 중단돼도 세계경제 전체의 금융거래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비트코인 거래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는 반면 전자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최근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투자자, 비트코인이 통용되는 온·오프라인 상점 등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 초 키프로스 은행의 부실이 고객 예금에까지 피해를 입히자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1월에 13달러였던 1비트코인의 가치는 4월에 23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비트코인 열풍의 이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과 금융회사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 비트코인이 어디까지 기존 화폐·금융시스템을 위협할지, 각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지 흥미진진해진다.

김찬희 차장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