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 종교개혁 발상지 대대적 공사 中 루터의 개혁은 현재진행형

입력 2013-10-27 18:14


루터는 ‘공사 중’이었다. 물론 비유지만 ‘공사 중’이라는 말은 “개혁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말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 독일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루터의 흔적이 있는 도시를 단장하고 있다. 아이제나흐, 비텐베르크 등 독일 내 ‘루터의 도시’로 명명된 지역을 가보면 어김없이 루터 관련 유적들의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어디나 공사 중이었다.

비텐베르크는 2017년 10월이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도시. 정확히 500년 전 34세의 수도사 루터는 중세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95개항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대학 부속 교회당인 슐로스교회(Schloss Kirche) 정문에 써 붙였다. 중세 가톨릭 세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온 종교개혁의 시발이 된 일대 사건이었다. 교황이 “술김에 한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던 루터의 개혁은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라 중세 교권에 일대 타격을 가하며 독일 전역, 전 유럽적인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했다. 종교개혁은 단순한 종교만의 개혁이 아닌, 근대의 문을 연 사회개혁운동이었다.

인구 5만명이 채 안 되는 도시 비텐베르크의 슐로스교회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9년 계획의 프로젝트로 ‘Am Anfang War Das Wort(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2017’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전개되고 있다. 쉬엄쉬엄 진행되던 공사는 지난 2월부터 속도가 붙어 2017년 중반이면 모든 단장이 끝난다. 교회 뒤편에는 각종 자재가 공사 도구와 함께 많이 있었다. 루터가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제나흐의 루터 하우스도 공사 중이었다. 루터가 잠시 피신하면서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바르트부르크성도 2017년을 목표로 보수작업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창 공사 중인 루터의 흔적을 밟으면서 지금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의 기독교야말로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도 루터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며 10월을 종교개혁의 달로,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고 있다. 27일은 496주년 종교개혁 주일이었다. 종교개혁주일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를 교회 되게’ 하기 위해 한몸 던졌던 루터의 정신을 되새기며 교회 본질 회복의 ‘공사’를 잘 진행하는 것이 지금 한국교회에 던져진 절박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비텐베르크(독일)=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