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더 늦어지기 전에
입력 2013-10-27 17:53
지난주에 친구 아버지가 입원하신 요양원에 병문안을 다녀왔다. 같은 방에 할아버지 세 분이 누워 계셨다. 올해 100세가 되신 친구 아버지는 1년 전에 뇌수술을 받으신 뒤 건강을 회복하셔서 한동안 건강하게 사셨다. 며칠 전부터 고열이 나고 의식이 혼미해지셨는데, 다행히 엊그제부터 의식을 되찾아 가족을 알아보신다고 했다.
막내로서 아버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온 친구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유난히 커 보였다. 평소에 건장하셨는데 요즘 몸무게가 부쩍 줄었다며 무척 안쓰러워했다. 형제들이 일을 해야 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 곁을 잠시라도 비울 때 혹 움직이다 다치실까봐 간병인이 침대 난간에 아버지의 팔을 끈으로 고정시켜 놓은 모습을 본 친구는 마음이 아파서 당장 집으로 모시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각자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나 역시 홀로 되신 아버지의 노년기 후반을 함께 보낸 경험이 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2년간 요양원과 노인병원에 계셨다. 8년 전 병상에 계셨던 아버지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평생 자식들에게 자양분이 되었어도 요양원과 병원을 오가며, 마지막 삶을 어느 한 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없었던 상황이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요양원에 면회 갔다가 돌아올 때가 가장 힘들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그렇게 애타게 하셨는데도 집에 모셔올 수 없는 중환자여서 그냥 돌아서야 할 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간곡한 권유에도 복음을 거절하시던 분이 어렵게 결단하고 병상세례를 받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던가.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잘해드리지 못한 일이 더 많이 생각나 아쉬움이 밀려온다.
임종을 앞둔 101명을 인터뷰해서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어 강의 형식으로 전하고 있는 ‘인생수업’(퀴블러로스 & 데이비드 케슬러)은 우리가 지상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일깨운다.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