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나들 (9) “예수처럼 몸 낮추자” 음식점·카페서 골목 콘서트

입력 2013-10-27 17:15


가수로 재기하기 위해 올해를 ‘공연의 해’로 선언했지만 나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디든지, 누구든지 나를 원하면 조건을 떠나 무조건 간다’고 각오했다. 자존심은 모두 버리기로 했다. ‘오라는 곳이 없으면 아예 내가 공연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골목콘서트였다.

골목콘서트의 원형은 지난해 봄 우연히 탄생했다. 기타를 들고 동네 놀이터로 향하다가 작업실 맞은편의 삼겹살집 ‘돼지네’가 눈에 들어왔다. 주인 부부가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힘겨워 보였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고생하시는 저분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나는 가게에 들어가 “제가 노래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요”라며 노래를 불렀다. 부부는 크게 감동했다. 열렬한 팬을 자청했다. 실제로 “오랜 투병 후 재기에 나선 일기예보 나들 아세요?”라며 손님들에게 홍보했다. 팬클럽 가입도 독려했다. 열정적으로 나를 응원했다. 온라인의 팬클럽 회원이 부쩍 늘었다.

부부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나는 단골손님과 팬들을 초청해 10평 남짓한 그 식당에서 노래공연을 했다. 콘서트를 세 번 하면서 입소문이 나 ‘돼지네’에는 손님이 몰려들었다. 지금은 줄을 서야 하는 곳이 됐다. ‘돼지네처럼 가게에 도움도 주고 팬도 얻는 공연을 본격적으로 펼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골목상권 내 가게에서 하는 공연’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골목콘서트’라고 정하고 콘서트를 기획했다. 홍보용 전단, 포스터, 초대권 등을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배워가며 직접 만들었다. 소규모 공연용 음향장비들도 샀다.

2013년 1월 31일 첫 번째 골목콘서트가 경기도 동탄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손님들이 카페를 가득 메우자 누구보다 가게주인이 감격했다.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게에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작은 카페 공연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노래를 즐겼다. 골목콘서트가 네 번째 열리자 각종 언론매체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횟수가 거듭되자 더 많은 언론매체가 찾아와 골목콘서트를 취재했다.

보도가 잇따르자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모두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콘서트 개최를 요청했다. 하지만 골목콘서트는 자비로만 진행하는 것이어서 수도권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몇몇 분들의 후원을 받아 전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2013년 여름 7일간 ‘골목콘서트 전국투어’에 나섰다.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두 곳, 대구, 구미, 전주, 충주를 돌았다. 가는 곳마다 크게 환영받았다.

지금까지 카페, 호프집, 치킨집, 하숙집, 김밥집, 삼겹살집, 산후조리원 등 다양한 지역과 가게에서 모두 27회 공연했다. 다음에는 제주도 골목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올해를 ‘공연의 해’로 선포하고 열 달을 달려온 지금 그런 생각이 든다. ‘낮아져야 하는구나!’ ‘더 낮아져야 하겠구나!’

예수님도 스스로를 낮춰 이 땅에 오셨다. 가난한 자와 병든 자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교회를 다니며 귀가 따갑게 듣는 이야기지만 예수님을 닮아 스스로 낮추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게 일반적인 사람이다. 연예인은 더 쉽지 않다. 인기가 많을수록 더 그렇다. 팬들의 사랑과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시련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시련을 통해 우리를 연단하신다. 부족하고 잘난 맛에 살던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에 눈물이 난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