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사업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균형 맞춰야”
굿피플의 이름이 새겨진 조끼를 입은 안정복 신임회장은 편안해 보였다. 그는 오랫동안 교회(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해왔고 굿피플에서도 운영부회장으로 일했다. 굿피플의 7대 회장을 맡은 안 회장을 취임식이 열린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회장에 선임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1990년부터 교회에서 서울 인근의 한센병 환자촌을 정기적으로 찾아갔지요. 말동무도 해드리고, 시설도 보수하고, 필요한 도움도 드리곤 했는데 10여년 만에 생활이 크게 안정된 모습에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그런 기쁨을 맛보니 결핵환자, 혼자 사시는 노인이나 어린이 복지시설같이 도움이 필요한 곳을 계속 찾아다니게 됐습니다.”
사람이 남을 도울 때 몸에서 행복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마라톤을 하는 선수가 극한의 상황에서 느끼는 충만감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하듯이 이웃을 섬길 때 느끼는 행복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부른다. 20여년간 만나온 이웃을 이야기하는 안 회장의 얼굴에서 그런 행복이 느껴졌다.
“한센병 환자촌을 자주 찾아가니 그분들이 밥상을 차려주시더라고요. 남들은 숟가락도 못 드는데 저는 밥을 더 달라고 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록도에 계신 노인들을 서울로 모셔와 63빌딩 전망대에 올라갔을 때에는 주변 사람들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이 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제가 일부러 그분들을 팔로 안고 걸었지요. 2010년부터 굿피플 부회장을 맡아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돕기도 하고, 아이티 대지진 복구와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 케냐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난 것도 참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는데요.
“굿피플이 이제 창립 14주년이 됐습니다. 앞으로는 구호 사업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라오스에 정보기술센터를 세웠는데, 건물만 만드는 게 아니라 산골마을 아이들이 인터넷을 배우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선 한국에서 우리가 했던 ‘사랑의 의료봉사’와 같은 모델로 이동진료 차량을 운영하는데, 이것도 차량을 보내고 한두 번 운영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하잖아요. 다행히 그곳의 보건부 산하 응급재난부 의사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계세요.”
굿피플은 1999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세웠다. 14년 만에 연간 예산이 2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해외 19개 나라에 25개 사업장이 연결돼 있고, 국내에서도 그룹홈과 지역아동센터 등 120여 곳과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회의 후원금은 5%가 채 되지 않고, 개인후원자들과 기업 등 외부의 후원이 훨씬 더 많다. 굿피플은 앞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토종NGO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형이 큰 만큼 내실을 기하는 일도 중요할 텐데요.
“모든 것에 적절한 때와 방법이 있어야지요. 물리적인 인프라가 없는 곳에는 우물을 파고 집을 짓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오늘 먹을 빵부터 주고, 컴퓨터 교육이 더해져야지 순서가 거꾸로 되면 비합리적인 것이죠. 빠르고 정확하게, 적시에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신 지속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죠. 눈에 보이는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마을 주민들의 자립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굿피플을 비롯해 한국 NGO들의 활동 지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넘어 중동, 남미까지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반면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저희도 올해 가장 극심한 상황을 겪고 있는 중동, 특히 시리아의 난민을 돕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후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은 물론이고, 시리아 난민을 지원하는 한국의 NGO들이 서로 협력하는 일도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협력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함께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이사장인 이영훈 목사는 굿피플이 앞으로 남북한 사이에 통일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북한 지원 사업은 어떻게 구상하십니까.
“북한 특히 그 땅의 어린이를 돕는 일은 한국 토종NGO로서 반드시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난해 대외여건이 극도로 어려운 중에도 북한의 어린이를 돕기 위한 ‘만원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중국 단둥을 통해 분유 10t을 보냈고, 올해도 빵을 만들기 위한 밀가루 등 50t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
-수많은 NGO가 있는데, 굿피플을 후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굿피플의 사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일회적으로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치기 쉽습니다.그런데도 저희 직원들은 늘 기쁘게 일합니다. 그 비결은 기독교 정신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오랜 기간 지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구촌의 이웃을 섬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단 한 명의 영혼도 굶주리거나 고통 받지 않을 때까지, 굿피플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감사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겠습니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기독NGO 대표에게 듣는다] (⑤·끝) 굿피플 안정복 신임 회장
입력 2013-10-27 17:13 수정 2013-10-27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