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의 본고장 ‘대구·경북’] 멕시칸·교촌·호식이 두 마리… ‘국민 치킨’ 알고보니 고향 친구들
입력 2013-10-26 04:00
“대구·경북에서 뜬 치킨이 전국을 제패한다.”
대구·경북이 국민 간식인 치킨의 종주(宗主) 도시로서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다. 한국 치킨의 역사에서 대구·경북은 중심이었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트렌드 세터(trend-setter·유행의 선도자)였다. 치킨 업계에 따르면 전국 치킨 브랜드 업체 320여 곳 중 절반 정도가 대구·경북에서 시작했거나 이곳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대구·경북이 치킨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이유를 살펴봤다.
◇대구·경북은 치킨 브랜드의 산실=25일 지역 외식 창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본격적인 치킨 시대는 1985년 대구 동구 효목동에 문을 연 ‘멕시칸’으로부터 시작됐다. 최초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멕시칸이 치킨 대중화에 한 획을 그은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멕시칸의 성공에 힘입어 ‘멕시카나’ 등이 뛰어들었고 ‘스머프’, ‘처갓집 양념통닭’ 등이 가세하면서 대구·경북에서 출발한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1980년대를 풍미했다.
1990년대는 대구·경북 출신 치킨 브랜드들이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다. 간장 맛으로 전국을 사로잡은 ‘교촌치킨’과 두 마리 치킨의 원조인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 국민 치킨 자리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자본을 앞세운 치킨 브랜드들의 맹공이 시작됐지만 ‘땅땅치킨’ ‘별별치킨’ ‘치킨파티’ 등이 대구·경북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대구 두류공원에서 나흘간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는 교촌치킨, 땅땅치킨 등 지역 토종 치킨 브랜드 17개가 참가했다. 이 축제에 30여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대구·경북은 치킨 종주 도시로서의 명성이 여전함을 과시했다.
현재도 대구·경북에는 80여개의 치킨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에만 1900여 곳의 치킨가게가 성업 중이다.
윤병대 한국식품발전협회 사무총장은 “알만한 치킨 브랜드 업체 대다수가 대구·경북을 무대로 성장했다는 것은 대구가 치킨의 본고장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구·경북이 치킨 종주 도시가 된 이유는=대구지역 창업 연구기관인 소상공인창업전략연구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전국을 제패한 치킨 브랜드가 탄생한 데는 치열한 경쟁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연간 매출 70조원, 고용인원 120만명 정도다. 프랜차이즈 업체는 공식적으로 3300여 곳, 등록이 안 된 것까지 합치면 8000여곳이 전국에서 영업 중이다. 10년 만에 시장이 배로 커졌다.
전국적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성장했지만 대구·경북은 특히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올해 초 현재 대구 지역의 치킨·피자·분식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167곳, 경북은 219곳이다. 전국 3000여 프랜차이즈 업체의 10% 이상이 대구·경북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다.
이처럼 대구·경북에서 치열한 먹거리 경쟁이 벌어지면서 치킨 브랜드들 역시 살아남기 위한 극심한 경쟁에 내몰렸다. 치킨 업체들은 사업성이 있는 신메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게 됐고, 그 결과 지역 소비자는 물론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치킨의 특수성도 맞아떨어졌다. 전라도 등에 비해 음식 맛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한 대구·경북에서 치킨은 지역색 없이 다른 지역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었다.
5∼7년 전부터 외식 창업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대학, 공공기관에서 수준 있는 외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것도 이유다. 이를 통해 배출한 교육생들이 외식 창업에 뛰어들면서 대구 치킨 산업이 활성화된 것이다. 또 오랜 전통에 따른 치킨 프랜차이즈 노하우가 지역에서 공유돼 초기 실패율이 적은 것도 주효했다. 물류시스템의 발달로 지역에서도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한결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
조계헌 소상공인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대구·경북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취업 대신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치킨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져 치열한 경쟁이 발생했다”며 “이런 경쟁 속에서 신메뉴 개발과 브랜드 전국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