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의 정치학] 미사일 두 발 동시에 공중 격추 ‘그물망 요격’
입력 2013-10-26 04:00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10일 실시된 미사일 요격시험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두 발의 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THAAD) 체계와 이지스 구축함의 요격미사일로 격추시켰다고 발표했다. 두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파괴한 것은 처음이었다. 창(槍)의 발전과 함께 방패의 역사도 이에 대응해 발전해가고 있다.
미국이 적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키고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인 미사일 방어(MD) 체계 구축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 말이다. 57년 구(舊)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미국은 긴장했다.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통해 미국 땅 위에서 미국을 들여다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언제든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위성의 기술을 가졌다는 것은 ICBM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소련 미사일을 파괴하는 요격미사일을 개발해 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이키-제우스’ 방어체계 도입이었다.
소련도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66년 소련은 탄도미사일 파괴체계인 ‘갈로쉬’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다. 미국은 2단계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센티넬 프로그램’으로 대응했다. 센티넬은 주요 도시 주변에 요격미사일 기지를 구축해 소련이 공격할 수 있는 군사 기지와 인구 밀집지역을 방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기지 방어만을 위한 ‘세이프 가드’ 프로그램으로 바뀐다.
경쟁적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다 지친 미국과 소련은 타협하기로 했다. 기술적으로 어렵기도 했고, 돈도 많이 드는 방어망 구축을 자제키로 한 것이다. 양국은 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맺었다. 두 나라는 방어 기지를 한 곳만 세우고 100기 이상의 요격미사일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약속은 오래 가지 못했다. 소련이 하나의 미사일에 탄두 여러 개를 실을 수 있는 다탄두(MIRV) 체제를 도입하는 등 요격미사일 개발을 지속했고, 미국은 지상과 우주공간에 방어망을 구축해 소련의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83년 발표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위계획(SDI)’이었다. 이 계획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허황되다는 비판과 함께 방어 대상이었던 소련이 붕괴됨에 따라 유야무야됐다.
미사일 방어에 대한 미국의 집념은 약화되지 않았다. 소련 대신 새로운 위협이 대두됐다. 북한과 이란, 이라크 같은 ‘불량국가’들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고 막강한 미사일 전력을 확보한 중국의 존재도 위협적이었다. MD 계획은 다시 힘을 얻었다.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기반요격시스템(GBI)과 이지스함에 요격미사일을 탑재해 방어하는 해상요격 미사일체계를 구축한 미국은 동맹국으로 MD를 확대해 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MD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의 군사 전략가 올리비에 자이엑은 2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본토가 결코 공격받아서는 안 되는 ‘불침항모’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의 MD는 더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