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여야, 사활 건 ‘프레임 전쟁’

입력 2013-10-26 04:58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사활을 건 ‘프레임 전쟁’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을 ‘대선 불복’ 세력으로, 민주당은 다시 새누리당을 부정선거를 감추는 ‘헌법 불복’ 세력이라는 프레임(틀) 안에 가두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상대 프레임 속에 들어가는 순간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양당 지도부와 메시지팀이 머리를 싸매고 유리한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이유다.

새누리당이 진작부터 ‘대선 불복’ 프레임을 짜고 기다렸다면 민주당은 새로 만든 ‘헌법 불복’ 프레임을 들고 정국 돌파를 노리고 있다.

‘헌법 불복’은 김한길 대표의 작품으로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처음 사용했다. 전날 밤 고민 끝에 나왔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25일 당무회의에서 “현재 상황을 잘 규정했다”고 호평했다고 한다. 자칫 ‘대선 불복’ 프레임에 빠질 뻔했는데 적절한 대응 무기가 됐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만큼 강력한 프레임이 없다는 판단이다. 국가정보원·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의혹 등 연일 터져 나오는 민주당 공세를 대선 불복으로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과정의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아무리 말해도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다.

조어 전쟁도 치열하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상황점검회의에서 “대선 불복의 유혹은 악마가 내미는 손길”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대통령 호위무사만 자처할 거냐”고 비판했다. ‘대선 불복 국감’(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 ‘어게인 2012가 아니라 리멤버 2012’(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라는 말도 나왔다. 앞서 새누리당이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 글은) 한강에 물 한 바가지 붓는 격”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은 “우물에 독극물 푼 격”이라고 맞받아쳐 회자가 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고위당직자는 “실체가 없고 식상하다”며 반성했고, 민주당 고위당직자도 “구체적 실행수단이 없으면 공허한 말싸움에 그칠 뿐”이라고 털어놨다.



엄기영 권지혜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