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복지부 장관 내정] 부처 수장 공석 따른 ‘정책 공백’ 차단… 조직 정상화 의지

입력 2013-10-25 18:45 수정 2013-10-25 22:20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전격 내정한 것은 주요 부처 수장의 장기 공석으로 정부 정책이 더 이상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전 수장들이 물러나면서 ‘외압설’과 ‘항명 파동’ 등이 제기된 만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정부 조직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

감사원장의 경우 이명박 정권에서 유임돼 4대강 감사를 지휘했던 양건 전 원장이 지난 8월 말 돌연 사퇴하면서 두 달째 공석이었다. ‘정치감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양 전 원장은 물러나면서 ‘외풍’을 사퇴 배경으로 언급, 파장이 일었다. 정치적 중립·독립성 논란에 빠진 감사원 조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노련한 새 수장 인선이 시급한 형편이었다. 굵직한 사건들의 재판 경험이 있고 선후배 법조인들의 신망도 두터운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내정된 것은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강직하고 꼼꼼하다는 평가도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준으로 고려됐다고 한다.

복지부 장관 자리는 지난달 30일부터 한 달 가까이 공석이었다. 진영 전 장관은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에 반발하다 항명 파동을 겪고 물러났다. 진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었고 박근혜정부에서 처음 사퇴한 장관이어서 더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축소됐다’는 비판은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에서 여전히 뜨겁지만 수장이 공석인 복지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안 논란에 대한 대응책으로 연금 전문가인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복지부 장관에 내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이 인선을 단행하면서 국가기관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에 쏠려 있는 여론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분산되는 효과를 감안했다는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발표 시점에 대해 “여론의 흐름을 인선으로 돌리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정치현안에 침묵하는 박 대통령이) 입장 표명 대신에 ‘내 할 일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다음 달 초 8일간 유럽 순방을 떠나야 하는 일정도 인선 시기를 늦출 수 없는 요인 중 하나였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인사 파동’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는 만큼 이날 발표된 내정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인선은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내정자들이 그동안 정치권,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이름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새 검찰총장에게 집중되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인 다음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내부 갈등까지 겪은 검찰의 수장 인선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