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의 정치학] ‘최종병기’든든한 한 발 … 치명적 유혹

입력 2013-10-26 04:00


1991년 1월 17일 오전 2시40분. 미국의 24시간 뉴스방송 CNN은 “바그다드 상공 전체가 대공포화로 가득 찼으며 엄청난 섬광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긴급 보도했다. 걸프전의 시작이었다. 한밤중임을 알리는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 TV 화면에 미사일 발사 때 발생하는 화염이 크고 하얀 반점으로 나타났다.

걸프전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 것은 미국 구축함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였다.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 언어로 ‘도끼’라는 의미를 지닌 토마호크 미사일은 이름에 걸맞게 이라크 곳곳에 날카로운 도끼자국을 남겼다. 도끼치고는 너무나 요란한 도끼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현대전에서 미사일이 지닌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당시 명중률은 83%였다. 10기 가운데 8기가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끔찍한 무기에 대해 대공포로 대항하는 이라크군의 무력함은 첨단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와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국가의 무력감을 처절할 정도로 냉혹하게 대비시켰다.

미사일은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았다. 37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미사일 개발에 매달렸던 박준복 박사는 25일 “미사일은 총의 출현이 전쟁 양상을 변화시킨 것과 동일한 역할을 했다”며 “미사일 출현 이전의 전쟁과 이후의 전쟁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미사일은 전쟁이 벌어지는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짧게는 100㎞, 길게는 1만㎞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적의 주요 기지 등 목표물들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가 길면 길수록 미사일 보유국은 그만큼 전시(戰時) 때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미사일은 장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인(無人) 유도 무기로 아군의 인명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작전의 목표에 따라 다양한 탄두를 장착해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또 미사일은 초음속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가 상대방이 방어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 것도 위협적이다. 순식간에 날아가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하는 미사일은 상대방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도가 뛰어난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국가에 맞서는 일은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첨단 미사일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나라의 도발을 억제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대학교 문장렬 교수는 “비용 문제를 차치한다면 미사일은 현대전에서 가장 바람직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사일은 종합적인 과학의 산물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기술적 후진성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미사일에 활용되는 로켓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이 민수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미사일 개발이 가능한 나라는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

북한과 같은 곳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미사일 수출은 과거 북한에 있어 주요한 외화 획득원이었다. 87∼92년 북한은 250기의 미사일 관련 부품과 기술을 수출해 약 5억8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은 핵과 결합하면서 더 큰 위력을 갖게 됐다.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군사문제 전문가 김병기씨는 “핵을 실은 미사일은 현대전쟁에서 절대적인 힘을 갖는 최종병기가 됐다”며 “보다 발전된 미사일을 가지려는 국가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