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고민에…” 경기회복에도 웃지 못하는 유럽
입력 2013-10-25 18:30 수정 2013-10-25 22:32
장기간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이제 막 빠져나오기 시작한 유럽이 고민에 빠졌다. 실업률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이 또다시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의 조아오 마틴(24)은 대학 졸업 후 수개월간 일자리를 구하다 리스본에 있는 한 호텔에 취직했다. 월급은 430유로(약 63만원)에 불과했다.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것 하나 없지만 마틴은 주변에 마음 놓고 불평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그만한 일자리도 못 구한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의 24세 이하 실업률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18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인 실업률이 불안요소로 남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로존 경제의 골칫덩이였던 스페인은 올 3분기에 2년 넘게 계속되던 마이너스 성장을 끝냈다. 임금 삭감과 업무 효율화로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제조업 경기가 살아났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이 경제성장의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6.2%에 이른다. 4명 중 한 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스페인의 실업률이 계속 2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경기침체는 끝났지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포르투갈 역시 지난 7월 제조업 성장률이 8.2%에 이르는 등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지만 페드로 파소스 코엘료 총리는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의 현재 실업률은 17.4%로 조사됐고, 내년엔 17.7%까지 오를 전망이다. 유로존의 지난 8월 평균 실업률은 12.0%를 기록했고, 스페인 등 남유럽 주변국의 경우 20%를 넘고 있다.
피에로 카를로 파도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착화된 실업률은 현재 유로존이 당면한 최대 과제”라며 “실업률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수시장이 위축돼 또다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경기가 회복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경직된 노동시장을 꼽았다. 유럽 최대 사용자 단체인 비즈니스유럽의 마르크수 베이레르 사무총장은 “경기가 바닥에서 턴했지만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기업들이 고용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도 실업률 회복을 막는 원인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은퇴 연령이 연장되면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노동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은 2005년 이후 계속 늘고 있는 반면 24세 이하 비중은 줄고 있다. 마르코 발리 유니크레딧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을 개편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업이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