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임하는 官의 자세… 단언컨대 ‘겸손·친절·재치’가 최고

입력 2013-10-26 04:58


‘당구는 멘털(정신적) 게임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외투를 벗고 편안한 복장을 하는 건 필수죠. 특히 마지막 스리쿠션 때는 큐대와 일심동체가 돼야 합니다. 그 일심동체의 순간을 노린 한 남성이 테이블에 놓인 휴대전화를 슬쩍 했다가 검거됐습니다.’



지난해 부산지방경찰청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은 젊은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옛 여자친구의 원룸에 찾아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가사)으로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도둑질한 남성을 검거했다는 둥 경찰 소식을 시시콜콜하면서도 재치 있게 전하는 이 페이스북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정부기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경직돼 있기 십상이다. 대통령의 말을 전하거나 홍보성 캠페인을 알리는 데 급급하다. 이런 선입견을 깨고 SNS의 ‘3대 스타’로 떠오른 정부기관이 부산경찰청과 대검찰청, 그리고 경기 고양시청이다.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사건으로 시끄러운 세상에서 ‘단언컨대’ 이들은 정부기관이 SNS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 진수를 보여준다. 정치적 의도나 딱딱한 형식 없이 ‘불통(不通)’의 벽을 허무는 이들은 SNS에서 연예인 못지않게 많은 ‘팬’을 갖고 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5만4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올린 경찰관의 ‘귀요미 송’은 무려 11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다른 지역 경찰청이 부산의 페이스북 운영 방식을 도입하자 “따라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팬들도 있다. 부산경찰청 홍보팀장 김재영 경감은 25일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한 게 주효했다”며 “권위보다 편안함이 국민 신뢰를 얻는 지름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대변인실 트위터 역시 친근함을 무기로 삼았다. ‘대검 웹사이트는 접속할 때 복잡한 프로그램을 깔 필요가 없다. 모바일도 된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한 네티즌이 ‘모바일은 눈속임이고 PC용 화면은 여전히 여러 프로그램을 깔아야 한다’고 지적하자 ‘들켰다. 죄송하다’면서 곧바로 사과하는 식이다. 흔히 검찰 하면 떠오르는 ‘권위’가 이 트위터 계정에는 보이지 않는다.



고양시는 SNS 덕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고양시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고양’으로 끝나는 독특한 문장을 볼 수 있다. ‘우리 오늘 점심으로 김치찌개 먹었고양(먹었고요)’ 하는 식이다. 고양시는 이를 ‘고양체’라 부른다. 귀여운 말투 때문에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SNS 담당자들이 직접 ‘고양이 탈’을 쓰고 다니며 고양시 곳곳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제작해 올린다.



세 기관의 SNS는 홍보보다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젊은 세대의 유행과 취향을 적극 반영하고 딱딱한 내용에 재치 있는 말을 곁들여 전한다. 대검 트위터는 지난 7월 17일 제헌절에 ‘당신을 생각하며 하루쯤 쉬던 때도 좋았지만, 쉬지 않는다 하여 오늘이 아무 날도 아닌 것은 아닙니다. 헌법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거창한 기념사보다는 이런 문장 하나가 사람들의 눈을 잡는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기관의 SNS 성공법을 소개했다. “권위를 내려놓고 겸손과 친절, 재치를 갖추면 자연히 소통은 이뤄집니다!”



김유나 박세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