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저자 데이비드 플랫 목사 “교회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예수 제자라는 것은 착각”

입력 2013-10-25 17:32 수정 2013-10-25 00:41

“자, 예수를 따른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전한다. 혹시 교회에 다니는 것을 제자라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 제자도를 역설한 저서 ‘래디컬(Radical)’로 전 세계 크리스천을 일깨운 데이비드 플랫(35) 미국 브룩힐즈교회 목사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하얀 캐주얼 셔츠에 헐렁한 청바지 차림이었다.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자주 웃기도 했다. 천진해 보였다. 하지만 어조는 단호했다.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 집회 강사로 처음 한국을 방문한 플랫 목사를 최근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만났다. 플랫 목사는 “예수님은 예배당을 교회로 보지 않으셨다. 제자 낳는 제자를 교회로 보셨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 ‘나’를 버리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 한국에 소개된 ‘래디컬’에서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듬해 나온 ‘래디컬 투게더(Radical Together)’에서는 교회 공동체가 제자도를 실천하는 법을 소개했다. 올해 3월 출간된 ‘팔로우 미(Follow me)’는 ‘제자 삼는 제자’가 되는 길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그의 책은 미국과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씩 팔렸다

-이번 방문에서 한국 교회에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하나님은 한국 교회를 축복해주셨다. 고작 안락한 삶을 누리라고 그 축복을 주신 것은 아닐 것이다. 교회를 축복하신 것은 제자를 낳기 원하셔서다. 제자 배가운동(The Multiply Movement)을 해야 한다. 우리는 성령의 역사로 사람들을 하나님 앞으로 이끌어야 한다. 예수님이 처음 말씀을 전파할 때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고 하셨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회개다.”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가.

“우선 교회 다닌다는 것을 예수님을 안다는 것으로, 제자가 됐다는 것으로 착각한 것을 회개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회개해야 한다. 그런 뒤 예수님이 우리 안에 뭘 내려놓길 원하시는지 묻는 기도를 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세상 가치를 좇았다면 그것들을 다 버려야 한다. 하나님의 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본 회퍼의 ‘나를 따르라(The Cost of Discipleship)’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현대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를 값싸게 만들었다. 교회만 다니면 은혜 받는 것으로 만들었다. 진정한 은혜를 받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성경 속 부유한 청년(마 19:21)이 그 예다. 예수님이 소유를 모두 팔고 나를 따르라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예수님을 놓쳤다. 영원한 기쁨을 누릴 기회를 놓친 것이다.”

-어떻게 다른 사람을 제자 삼을 수 있는가.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다가가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제자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건물이나 프로그램을 교회라고 하지 않았다. 제자 낳는 제자를 교회라고 했다. 하나님을 따른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도전하고 싶다. 1년 안에 한 명이라도 전도해보자. 그래야 제자다.”

-당신의 책과 설교에 왜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성경에 나오는 초대교회 이야기일 뿐이다. 그 얘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현재 교회 모습이 초대교회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플랫 목사는 3년 전 미 유명 청년집회 패션 콘퍼런스(Passion Conference)에서 만난 ‘제자제곱’의 저자 프랜시스 챈 코너스톤교회 목사와 제자 배가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미 교계에서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교회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세 차례나 방문한 챈 목사와 이번에 함께 와 그 덕을 많이 봤다(웃음). 한국 교회와 목사님들에게 여러 가지 은혜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부유한 나라다. 물질적 풍요가 축복이 아닐 때가 더 많다. 영적 전쟁 중이라는 것을 잊게 한다. 마태복음 6장은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분명히 가르쳤다.”

1978년생인 플랫 목사는 2006년 브룩힐즈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교인 40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다.

-미 교계에서 최연소 초대형 교회 목사로 불리는데.

“(한 손으로 얼굴을 살짝 감쌌다. 조금 상기된 얼굴로) 섬길 교회를 두고 이런 기도를 했다. ‘제가 가진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제가 만약 성공한다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내가 이렇게 큰 교회를 이끌 자격이 안 되고 여러 사람 앞에 설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안다. 이건 내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인 것 같다.”

브룩힐즈교회는 ‘시크릿처치(Secret Church)’라는 이름으로 성경공부를 한다. 금요일 저녁 6시부터 6시간 동안 성경 공부를 한다. 아시아 지하교회에서 말씀에 갈급한 크리스천들을 만난 뒤 시도한 것이다.

-‘래디컬’에서 이야기했던 시크릿처지 운영은 잘 되고 있나.

“현재도 하고 있다. 지금은 그 공부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한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성경을 펼치고 있는 교인들 모습을 볼 때 목회자로서 가장 뿌듯하다. 공부 내용은 교재로 만들어 전 세계 지하교회에 배포하고 있다.” 브룩힐즈교회(brookhills.org)는 각종 선교 프로그램과 자료를 소개하고 공급한다.

플랫 목사는 지난 9∼11일 집회를 인도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던진 강력한 제자도의 메시지는 아직까지 한국 교회에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