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먼저 이산가족 상봉에 전향적 자세 보여라
입력 2013-10-25 17:37
북한 속은 도무지 알 수 없다. 당국 간에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하더니 이번엔 느닷없이 대남 유화책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24일 오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반북대결 정책’이라고 맹비난한 바로 그날 우리 국민을 송환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개성공단 방문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측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말 그대로다.
북한의 통보대로 당국 허가 없이 밀입북한 우리 국민 6명이 25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송환됐다. 북이 밀입북자를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 건 이례적이다. 이제까진 주로 북·중 국경을 통해 추방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가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송환조치를 취한 건 다행”이라고 밝혔듯이 북의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편으론 이산가족 상봉 파기와 탈북자 및 납북자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아울러 활용가치가 없는 밀입북자를 보냄으로써 대남 심리전에 활용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오는 30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싶다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 또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도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우리 측 국회의원들이 북한 땅에서 국정감사 활동을 한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러나 북의 잇따른 유화 제스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그동안 우리가 당한 게 너무 많다. 북한은 지난 23일 전국에 14개의 경제개발구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외자를 유치하지 않고는 그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다. 당초 오는 31일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해외 투자자 설명회가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로 무기 연기된 터여서 더 애가 탈 것이다.
진정 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다면 이산가족 상봉부터 성사시켜야 한다. 핵 야욕도 포기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북의 살길이 열린다. 모든 국제사회가 다 아는 걸 북한만 외면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