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군내 성범죄
입력 2013-10-25 17:36
제동이 걸리지 않는 군대 내 성범죄가 국민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숨진 채 발견된 여군 대위는 직속상관인 소령의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 및 지속적 협박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육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A대위의 유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육군 15사단 사단본부 부관참모부로 전입한 A대위에게 부관참모인 B소령은 언어폭력과 성추행을 지속적으로 저질렀다. B소령은 약혼자가 있는 A대위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생활 편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지만, A대위가 이를 거부하자 거의 매일 야근을 시키며 괴롭혔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군 장교가 이렇게 저질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국방부의 ‘군내 성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는 2009년 329건, 2010년 338건, 2011년 426건, 2012년 45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년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군대 내 성차별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군의 43%가 차별 피해를 경험했고, 11.9%는 최근 1년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지난 5월에는 육군사관학교 축제 기간에 남자 상급 생도가 술에 취한 여자 생도를 생활관에서 성폭행한 일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육사 교장이 물러나고, 군 차원의 고강도 대책이 발표됐지만 그 후에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명령-복종 체계를 중시하는 군 특성상 성범죄의 신고나 내부고발이 이뤄지기가 매우 어렵다. 손 의원은 국방장관 직속으로 여군고충상담반을 설치하도록 촉구했다. 지난 3월 기준 여군은 8448명이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여군 비율을 장교의 7%, 부사관의 5%까지 높일 계획이다. 군의 성범죄는 전투력과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도 가해자에게 엄벌을 가해야 한다. 물론 지휘라인에 대한 책임 추궁도 제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