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때리고 시진핑은 달래고' 中 글로벌 기업 쥐락펴락

입력 2013-10-25 00:36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4일 취임 후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총수들을 영빈관으로 초청해 이들의 공헌을 치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며칠 전만 해도 관영방송을 동원해 스타벅스 등 외국기업 때리기를 지속했던 터라 시 주석과 총수들 간 회동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채찍만 가하다 당근을 주는 전략이란 분석이 많다.

이날 공식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는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듀크 월마트 CEO, 인드라 누이 펩시 CEO,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등 20여명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자리했다.

시 주석은 “여기 모인 분들은 저명한 기업인이며 글로벌 경제에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의견은 중국 정부에 중요한 영감을 준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글로벌 기업이 중국의 경제운용과 관리자 교육에 큰 공헌을 했으며 이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때리기로 이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중국 CCTV는 ‘스타벅스 중국에서만 비싸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다른 방송은 삼성 휴대전화의 기술 결함 문제를 지적했다. 이 정도의 비판은 약과에 불과하다. 뇌물 제공혐의로 조사받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조사가 길어지며 영업이 어려워져 올 3분기 중국 매출이 61% 급감했다. 분유회사 미드존슨(미국), 폰테라(뉴질랜드) 등 6개 회사는 가격담합 혐의로 1213억원가량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WSJ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외국기업에 철퇴를 가하다가도 국가 수장이 나서 달래는 모습을 통해 이들을 쥐락펴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통’하는 모습을 통해 전임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차별화하려는 측면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