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국감증인 교체로 ‘유통 오너’ 울고 웃고
입력 2013-10-24 22:39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놓고 유통재벌 오너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 명단에서 극적으로 제외된 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증인대에 서야 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국감 전 증인 명단엔 신 회장 이름이 올랐고 정 부회장은 빠져 있었다.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신 회장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키로 의결했다. 신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한 민주당 부좌현 의원은 “골목상권 침탈 등의 횡포를 추궁하려 했지만 최근 롯데그룹이 불공정행위 개선에 노력하기로 약속하는 등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증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 국감에는 신 회장 대신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와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출석한다. 롯데그룹 측은 “국회 결정에 감사하다”면서 “전문경영인인 신 대표와 노 대표가 충실히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이 빠지는 과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의원들은 정 부회장 출석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했다.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은 “신 회장의 증인 채택 철회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세계도 상생 노력을 약속하면 정 부회장을 부르지 않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은 “항간에는 롯데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잘 보였기 때문에 신 회장을 빼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기구’ 설치에 합의했다. 재계에서도 롯데가 민주당 회의에 계열사 대표를 5명이나 참석시키며 성의를 보인 게 효과를 본 것 같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반해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허인철 이마트 사장이 무성의한 답변으로 의원들의 분노를 사면서 증인에 추가됐다. 신세계 내부 분위기는 몹시 뒤숭숭하다. 한 관계자는 “갑작스레 증인 리스트에 오르면서 정 부회장 심기가 좋지 않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이 국회 답변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만큼 예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