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 지역·경력 고른 안배… 조직 장악력 최우선 고려될 듯
입력 2013-10-24 22:24 수정 2013-10-25 00:28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자가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으로 압축됐다. 당초 예상됐던 3명보다 1명 늘었다. 청와대의 선택지를 넓혀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 혼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조직 장악력’이 차기 검찰 수장 인선의 우선 고려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 4인 누구인가=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 심사 대상에 오른 12명 가운데 사법연수원 14기 1명과 15기 3명을 낙점했다. 일단 출신 지역은 경남·서울·전남·충남으로 분배됐다.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은 전임 검찰총장 인선 때도 ‘최종 후보 3명’에 들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4월 연수원 동기인 채 전 총장이 취임하기 직전 28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 법무법인 ‘인’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유의 ‘검란’ 사태로 한상대 총장이 중도 낙마한 뒤 4개월간 총장 직무대행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진주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한국은행에 다니다 검사가 됐다. 동기들의 ‘맏형’ 역할을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보다 연수원은 1년 후배지만 나이는 다섯 살 많다.
김 전 차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팀원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특수통’ 검사다. 임창열 전 경기지사 비리 의혹,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수사 등을 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1991년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보좌한 인연도 있다. 일처리가 꼼꼼하고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소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평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길태기 대검 차장은 서울 출신으로 후보군에서 유일한 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장, 법무부 공보관, 광주·서울남부지검장, 법무부 차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특수수사와 기획 분야를 두루 경험했으며, 특히 조세·탈세 수사에서 두각을 보였다. 자상한 성품에 합리적인 지휘 스타일로 후배 검사들의 신망이 두텁다.
소 법무연수원장은 대표적인 ‘기획통’ 검사로 분류된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법무부 검찰1과장·정책기획단장·기조실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 법무부·대검의 중요 보직을 거쳤다. 길 차장과 함께 15기 중 가장 먼저 고검장으로 승진했다. 평검사 때는 공안 수사도 담당했으며, 김대중 정부 때인 98년 국가안전기획부에 파견돼 ‘북풍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신중한 성격에 일에 대한 열정이 강점으로 꼽힌다. 젊은 검사 시절 ‘소처럼 일하는 소병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면했다고 한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한명관 전 수원지검장은 대검 공안3과장·기획조정부장, 법무부 홍보관리관·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충남 연기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초·중·고교를 마쳤다. 한광옥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장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다. 지난해 ‘성추문 검사’ 사건으로 석동현 검사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서울동부지검장 자리를 직무대리했다가 지난 4월 퇴임했다. 이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뚝심 있고 일처리가 엄정해 ‘결재 통과하기 힘든 상관’이란 평도 들었다고 한다. 당초 한 전 검사장이 최종 후보군에 들 것이란 관측은 많지 않았지만 추천위 관문을 통과한 만큼 최종 경합에서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 어떻게 선정했나=추천위는 비공개 회의에서 ‘투표’가 아닌 ‘합의’ 방식으로 후보를 추렸다. 지난 2월 추천위 회의 때는 의견이 갈려 2차 투표까지 간 끝에 후보가 정해졌다.
회의는 12명의 심사 대상자들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며 단계적으로 후보군을 좁히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직 연소화 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현직 간부인 연수원 16기 5명은 원칙적으로 배제됐다고 한다.
최고참인 11기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은 검찰을 떠난 지 오래돼 현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5기 전직 간부 2명도 최종 검토 단계에서 탈락했다.
한 추천위원은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졌고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추천위원은 “누가 제일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