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쁘띠 시술 과장 광고 극성… 예뻐지려다 피눈물

입력 2013-10-25 04:54

취업준비생 김모(27·여)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고주파 보톡스’ 시술을 두 차례 받았다. 병원 측은 “얼굴 근육을 퇴화시켜 턱을 갸름하게 만들어준다”며 “원래 주사 한번에 20만원 이상인데 8만원에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김씨가 결제하려 하자 “리터치(재시술) 옵션이 포함된다”며 갑자기 14만원을 요구했다. 이른바 ‘미끼 광고’였다. 김씨는 ‘속았다’ 싶었지만 취업하려면 외모 경쟁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시술을 결정했다.

그러나 김씨의 기대와 달리 예상치 못한 고통이 찾아왔다. 한 달 정도 지나자 근육통 때문에 김치조차 씹지 못할 지경이 됐다. 김씨는 “의사에게 ‘왜 부작용을 설명해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더니 ‘어차피 근육은 다시 돌아온다’는 말만 하더라”며 “회복될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약물 주입이나 간단한 시술로 성형수술 효과를 내는 ‘쁘띠(petit) 시술’이 일반화되면서 일부 병원이 ‘손님부터 끌고 보자’는 식으로 과장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사전에 제대로 설명해주는 병원이 드물어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찾아간 서울의 유명 성형외과 병원은 코 모양을 잡아주는 ‘코필러’를 7만원에 시술한다고 광고 중이었다. 환자인양 코필러 시술을 문의하자 병원 직원은 “부위별 가격이 7만원이라는 뜻이고 시술 받으려면 미간, 콧대, 콧등, 코끝 등 4부위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명하는 동안 이 직원은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는 “사실 광고한 약물보다 다른 약물이 더 오래 지속된다”며 가격이 훨씬 비싼 약물을 권했다. 결국 병원에서 받아든 견적은 광고 금액의 5배에 육박하는 32만원. 병원 측은 “싸게 해줄 테니 고주파 보톡스도 받고 가시라”고 권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도 “국산 약물보다 미국 제품이 더 좋다”며 병원 광고에 나온 금액의 배를 요구했다. 두 병원 모두 부작용에 대해선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쁘띠 시술은 최근 연예인들이 애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 이마, 눈가 등에 맞는 보톡스나 필러 시술에 더해 입 꼬리를 찢어 웃는 모습을 바꾸고 볼 안쪽 살을 꿰매 보조개를 만드는 시술까지 등장했다.

2010년 7건에 불과하던 필러 부작용 보고는 지난해 57건으로 8배 증가했다. 주로 염증 반응이나 피부조직 괴사 등이 많았지만 심한 경우 시력 감소까지 나타났다. 보톡스 부작용 역시 올 상반기에만 벌써 233건을 기록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일 각종 성형시술을 광고하며 부작용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병원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결과 20곳에 대해 형사고발과 행정처분이 무더기로 내려졌다고 밝혔다. 권익위 관계자는 “시술 부작용을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거나 무분별하게 왜곡 광고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