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물거품 된 ‘포스트 박태환’ 기대

입력 2013-10-25 04:53

‘마린보이’ 박태환(24·인천시청)이 제94회 인천 전국체육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하지만 박태환의 독보적인 활약에서 차세대 스타가 없는 한국 수영의 암울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박태환은 대회 마지막 날인 24일 오후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24표 가운데 17표를 얻어 5표를 받은 양궁의 이우석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박태환이 체전 MVP로 선정된 것은 4번째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은 자신이 출전한 5개 종목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국내 무대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자유형 400m를 시작으로 계영 400m, 자유형 200m, 계영 800m까지 금메달을 휩쓸었다. 대회 마지막 날 혼계영 400m에서도 무서운 스피드를 뽐내며 메달 전망이 불투명하던 인천에 동메달을 안겼다. 특히 마지막 영자로 나선 계영에서는 결승 2경기 모두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체전 흥행에도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체전에서 박태환의 질주는 ‘포스트 박태환’의 부재를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워낙 박태환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선수와의 격차는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박태환의 뒤를 이어 국제무대에 내세울 유망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여자부에서 접영 100m의 안세현(울산효정고), 평영 100m의 백수연(강원도청), 혼영 200m의 최혜라(전북체육회)가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분전했으나 아직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다.

이미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2013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한국 수영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대한수영연맹은 경영에서 18명의 선수를 파견했지만, 여자 평영 200m 준결승에 오른 백수연(강원도청)과 양지원(소사고)을 제외하고 모두 예선 탈락했다.

24일 막을 내린 전국체전은 한국 수영계가 처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대한수영연맹은 더 늦기 전에 ‘포스트 박태환’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