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특별한 선물
입력 2013-10-24 18:33
나의 겨울 알림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이 또 시작되었다. 페이스북 안내문을 보자마자 주문한 털실 패키지가 어제 도착했다. 까마득한 뜨개질의 기억을 되살리려 안내책자를 펼쳐드는데 팔랑팔랑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나눔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기 첫돌잔치’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하는 기념일 기부 캠페인을 주위에 널리 알려 달라는 작은 홍보지였다. 사실 작년에도 받아본 것이지만 어제는 마침맞게 아침부터 조카네 돌잔치 소식을 들었던 터라 좀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니 생각보다 많은 가족이 나눔첫돌잔치를 하고 있었다. 아기 사진과 영상으로 사이버 돌잔치 방을 꾸미고 축의금을 기부할 프로그램을 지정하고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지인들을 초대하면 끝. 값비싼 돌상을 치우고 아기 이름으로 정성을 모아 병에 걸린 가난한 아이를 살리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우물을 만들고 염소와 비상식량, 학용품과 약품을 보냈다. 그렇게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 사진 밑에 남겨진 착한 바람의 글들. 좋은 아이, 행복한 아이가 되길 바라는 어른들의 사랑이 사람을 감동시켰고 함께 아이의 내일을 축복하게 만들었다.
비교해보면 내 기억속의 돌잔치는 좀 삭막하다. 지출을 부르는 일방적인 초대는 늘 부담스러웠고 대리 출석(?)을 부탁하고 축의금 송금으로 축하를 대신하기도 했다. 축의금 받아 빚잔치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과한 돌잔치 비용에 적자 타령하는 친구도 있었고 남들처럼 차려주지 못해 마음 아픈 친구도 있었다. 품평회에 내놓은 물건마냥 서로 비교하며 거하게 한상 차려서 한바탕 웃고 떠들고 먹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과 영수증뿐. 주인공인 아이는 기억도 못할 잔칫날, 어른들 성에 차는 돌잡이 사진을 위해 눈물 콧물 범벅으로 몸살을 앓았다. 아이가 태어나서 1년을 무사히 넘겼음을 축하하고 복을 비는 풍습이건만 어쩐지 요즘은 전통을 빙자한 형식만 요란하게 남은 듯하다.
첫돌. 소중한 내 아이의 특별한 날. 정말로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면 돈잔치 대신 나눔잔치를 펼쳐보면 어떨까. 화려한 리본과 풍선장식 다 떼어버리고 본질로 돌아가 아이의 삶을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들 진짜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자. 백마디 덕담보다 더 중하고 천금보다 귀한 선물이 될 내 아이의 생애 첫 기부. 단언컨대 최고로 특별한 돌잡이 추억이 될 것이다.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