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요금 인상보다 공기업 개혁이 먼저다

입력 2013-10-24 18:33

전기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수도요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이 박근혜정부 임기 내내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다. 천문학적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공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가장 손쉬운 요금인상안을 들고 나온데 따른 것이다. 이 안(案)대로라면 향후 5년간 공공요금은 원가보상률(총수입/총괄원가) 기준으로 13∼24%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팍팍하고 고달픈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어렵게 됐다.

정부는 24일 자산 2조원 이상 41개 공공기관 자구계획을 담은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자구계획에는 요금인상안이 포함돼 있다. 도공은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 축소로 연 600억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무료 통행구간 유료화로 연 740억원 등의 추가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고혈을 짜내는 방안이다. 출퇴근시간 할인율을 축소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서민들의 발인 경차 통행료 할인율을 현행 50%에서 30%로 줄였다. 4∼6급 장애인의 경우 아예 할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전과 수자원공사의 요금인상 계획도 오십보백보다.

이들 요금은 원가에 못 미쳐 인상 요인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5대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가스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요금, 수도요금은 지난 6년간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은 적이 한번도 없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 단 거기엔 조건이 따른다. 국민의 주머니를 탐내기에 앞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방만한 경영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는 게 시급한 과제다. 철도공사, 가스공사, 한전, 수공, 도공 등 5대 공기업은 올해 평균 부채비율이 2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임직원들의 ‘돈 잔치’병은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 공기업 부채 규모 2, 3위 한전과 가스공사 사장은 성과급으로만 각각 1억3000여만원, 1억8000여만원을 챙기고 임직원들에게는 수천억원의 성과급을 퍼줬다니 기가 막힌다.

민간기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공기업에선 당연한 듯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비전문적인 낙하산 인사들이 CEO 등 공기업 요직을 차지해 윗선의 눈치나 살피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모든 악습을 혁파해야 공기업이 바로 선다. 그러지 않고는 요금을 아무리 올린들 만성적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